학교가 정한 관광지를 학년 전체가 줄지어 도는 수학여행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다. 만족도 높은 여행을 만들기 위해 가고 싶은 장소를 학생들이 결정해 그룹별로 여행하도록 하는 학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수학여행을 시도하고 있는 류쯔경제대학부속 카와시고교(지바현 카와시)의 실천 예를 보면 2학년이 가는 수학여행에서는 학급별로 여행지를 다르게 하여 실시하고 있다. 물론 이 때 여행 장소를 선택하는 것은 학생들이다. 학교가 제시하는 조건은 (1)국내, (2)3박 4일, (3)10만엔 이내, (4)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기의 네 가지뿐이다. 카와시 고교에서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자주성과 자발성을 신장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아래 2001년부터 학급별로 여행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2학년 학생들은 4월부터 학급별로 수학여행위원 4명을 중심으로 하여 서로 의논을 한다. 일정과 숙박지, 식사 등의 문제를 여행회사와 주 1회 이상 협의하여 결정하고 있다. 학년 주임교사의 말에 의하면 이러한 주체적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자유에 따른 책임의식’이 성장하였고, 학급도 하나로 통합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학생 주체의 수학여행에 긍정적 인 평가를 하고 있다.
죠스이칸고교(히로시마현 미하라시)도 2005년부터 학생들이 여행지를 정하고 있다. 조건은 ‘10만엔 이내’라는 것뿐이다. 작년에는 도보로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한 그룹도 있었다는 것. 처음에는 보호자들로부터 ‘다치면 어떻게 하느냐’ 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자유로운 발상을 평가하는 차원에서 규제는 가급적 피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이 학교의 학생 주체의 수학여행은 1학년 2학기부터 1년 동안 준비를 한다. 올해는 ‘역사문화’ ‘자연환경’이라는 주제아래 13개 그룹으로 구성하여 이 가운데 5개 그룹은 여름방학에 한국과 태국 등을 방문하고, 나머지 8개 그룹은 10월 하순 홋카이도와 동경, 오키나와 등에 가기로 되어 있다. 소인수이기 때문에 교사가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즐기는 여행으로 흐르기 쉬운 단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수학여행 신 풍속도는 고교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쿄초등학교(동경도 도시마구)는 수학여행지를 카미코치와 오가사하라, 오키나와 등 7개 코스에서 아동 스스로가 선택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전에는 교토, 나라 등이 중심이었고 또한 수학여행 자체가 레저의 성격이 강해서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자연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점에 착안하여 전문 지도원으로부터 자연을 배울 수 있도록 소인수 코스로 했다는 것이 이 학교 교장의 말이다.
새로운 형태의 수학여행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의 대부분은 「총합적 학습의 시간」을 이용해서 사전 학습을 한다. 더욱이 일본 수학여행협회의 무라오카 사무국장은 ‘어느 학교든지 교육적 효과를 새로운 각도로 생각하게 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는데, ‘설문지 조사’를 하거나 ‘학생들이 몇 개의 코스에서 여행지를 선택’하게 하는 학교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예로 들어 이야기 한다.
수학여행의 풍속도가 변화하면서 선택의 대상이 되는 여행지 쪽도 수학 여행팀 유치를 위한 노력에 힘을 쏟고 있다. 과거 10년 전까지 일본에서 수학여행지 1위였던 교토는 자연체험 중시와 비행기 이용 학교가 증가한 탓으로 잠시 고전을 겪기도 했다. 그래서 교토시는 98년도부터 매년 전국의 중․고교 약 150개 학교를 방문하여 유치와 동시에 요망사항도 듣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역사와 관광 정보를 실은 홈페이지인 ‘교토 수학여행 안내’를 개설했으며, 나라현 또한 내년 정보 책자를 관동지방 전 중학교에 배포할 계획으로 있다고 한다.
수학여행이란 어느 정도 여행의 성격이 포함되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수학(修學)’인 것이다. 학생들의 자율과 책임만 따라 준다면 교사들의 적절한 조력을 바탕으로 하여 학생들이 주도가 되어 수학여행의 전 과정을 계획하여 운영해 보는 것도 보람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