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반파자마바람 19층 할아버지
세 발로 터벅터벅 바닥에 빗금을 그으며 간다
낌새 없는 경비실 창문을 툭툭 건드리자
졸고 있던 경비 모자 꾸벅 일어서더니
굽은 뒷등에 대고 거푸거푸 하품을 날린다
화단 옆을 돌아서자
층층에서 내려온 시간의 뒷덜미들이
다발다발 묶여지고 있다
키 작은 경비아저씨의 쭈글쭈글 손아귀에서
신문지는 신문지대로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대로
빈병이나 깨진 화분들 지들끼리 붙들고 매달리며
픽픽 쓰러지며 모로 눕는다
비닐끈과 푸대자루에 제 목을 내밀고
음식물 수거함과 쓰레기통 사이로 난 사잇길
저만치 나무의자 귀퉁이에
풀어지다 만 노을이 마취된 환자처럼 널려있다
의자에 엉덩이를 반만 걸친 채
생떼를 쓰는 손자 녀석 코앞에서
오르락내리락 춤을 추는 밥숟가락
그 위에서 할머니 머리칼보다 반짝이는
은스푼 저녁별이 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