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계고교 지원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서울시교육청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2001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앞둔 각 실고에 학생유치 비상이 걸렸다. 실고 교사들은 학교 홍보를 위해 일선 중학교를 찾아다니고 있다.
1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내년 2월 졸업하는 중학교 3학년생은 총 13만1069명이고 이중 실고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학생은 1만8137명이다. 실고의 전체 모집 인원수는 2만9940명으로 현재 상태라면 39.4%의 학생미달 사태를 빚게 된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12일 신입생 모집에 따른 홍보활동을 강화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 실고에 시달했다. 시교육청은 공문에서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학교 홍보활동을 통해 신입생 모집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달라"며 "두차례에 걸쳐 홍보실적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시교육청은 또 실고 교사들의 중학교 방문시 ▲실고 졸업생의 진학기회가 확대된 점 ▲실고장학금 수혜자가 크게 늘어난 점▲자격증 취득이 용이한 점 ▲졸업생의 취업률이 높은 점 등 실고 진학시 실질적으로 유리한 부분을 집중 홍보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시교육청 관내에는 84개의 실고(공업계 36·상업계 48)에 11만9905명이 재학하고 있으며 교원은 5728명이다. 2000학년도의 경우 32개교에서 4755명이 미달됐다. 시교육청은 내년도 실고 급당 정원을 35명으로 줄이고 첨단학과로 개편을 추진하는 등의 실고 육성책을 내놓고 있다.
#"악순환 언제까지…교사들은 지쳤다"
⊙일선 반응=실고 교사들은 이맘때가 되면 교직에 들어온 것을 후회한다고 말한다. 신입생 유치 홍보활동을 위해 음료수 박스를 들고 이 학교 저 학교 다니면서 신세한탄을 하게 마련이다. 시교육청의 공문을 접한 대부분의 교사들은 "실고를 살릴 근본적인 대책은 없고 알아서 하라는 내용 아니냐"며 냉소적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사립의 경우 신입생 유치는 교사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한 학급이 줄면 2명의 과원교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모 상고의 교사는 "중학교 선생님 붙잡고 사정하러 다니는 현실이 괴롭다"며 "수요자중심 교육이라고 해서 일반계 가겠다면 다 받아주는데 누가 실고를 오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홍보활동을 나가기 위해서는 단축수업이 불가피하다"며 "실고생들은 무슨 죄가 있어 수업도 제대로 못 받아야 하냐"고 개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실과부장은 "올해 12학급에서 6학급으로 줄었는데도 4학급밖에 학생을 채우지 못했다"며 "내년에는 이 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 실과부장은 또 "학생유치를 위해 중학교를 방문한 결과 한 반에 한명 정도만 실고 지원의사가 있었다"며 "교육청 조사결과보다 미달사태는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