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결혼 절차 없이 아이를 임신하거나 출산한 여성'을 말한다. 우리 나라에서 미혼모에 의한 출산은 매년 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10대 미혼모가 전체 미혼모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정도면 10대 미혼모 문제가 일부 불량 청소년이나 철부지 아이들의 일로 방관할 일이 아닌 듯싶다. 그 까닭은 특정한 가정의 문제만이 아니라 청소년을 자녀로 둔 모든 가정이 겪을 수 있는 시한 폭탄과도 같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10대 미혼모가 증가하고 있는 요인은 크게 어른들의 문란한 성생활과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상품화된 성, 넘쳐흐르는 저질 불량 성 매체들, 그리고 성을 쾌락적인 도구로만 인식하는 청소년들의 타락한 성 의식 등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10대 임신은 뜻하지 않거나 원하지 않는 임신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정신적 고통과 심각한 경제적 문제는 물론 건강마저 해치게 된다. 그리고 10대 임신의 결과 출산한 영아들은 정상적인 산모에 의해 출산한 영아에 비해 사망률과 질병 발생률이 월등히 높으며 미숙아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다. 미혼모는 임신이나 출산 등으로 인해 사회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 학업마저 포기하게 돼 결국, 학력이 낮아 취업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고, 아이도 제대로 교육받을 수 없어 빈곤한 삶을 살게 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는데 있다. 또한 미혼모들은 자신의 임신 사실을 부정하고 지나쳐 버리거나 임신 징후를 잘 몰라 미혼모 63%가 임신 5개월이 넘어서 뒤늦게 임신 사실을 알게 돼 그 심각성은 더 크다. 서울시가 98년 미혼모 보호시설인 구세군 여자관과 애란원에 수용된 미혼모 3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임신 사실을 안 때는 `임신 5∼7개월'이 162명(43%)으로 가장 많았고 `8∼10개월'도 77명(20%)나 됐다. 출산 이유로는 `낙태시기를 놓쳤다'가 165명(44%)으로 가장 많았고 `낙태 비용이 없었다'가 91명(24%) 등으로 나타났다. 임신 이유는 `교재 중 원치 않은 임신'이 187명(50%)으로 가장 많았고 `피임 방법을 몰라서'가 76명(205)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한 마디로 우리 청소년들이 성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에 비해 성문화가 훨씬 개방적인 영국에서조차 10대 소녀들의 4분의 1이 피임 기구는 단지 에이즈에 대한 예방법 정도로 알고 있고, 10대의 어린 소녀 중 한 명은 "성 문제에 대해 어느 누구와도 이야기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을 보면 우리의 현실은 그야말로 불문가지라 할 만하다.
이제는 더 이상 순결만을 강조하거나 강요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에서는 날로 증가하는 10대 미혼모를 줄이기 위해 학교 성교육의 초점을 순결보다는 `안전한 섹스(safe sex)'에 맞추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도 주목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지금이야말로 `성은 아름답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왜 아름다운지, 그 아름다운 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이 사회의 어른들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하고 현실적이 교육이 이뤄져야 할 때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의 폐쇄적이고 피상적인 성교육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태도의 스펙트럼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그것을 근간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주체적이고 일관성 있는 성에 대한 인식을 갖도록 사회와 학교 모두 발벗고 나서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타락한 어른들의 각성과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올바른 전환만이 날로 늘어가는 미혼모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지름길임을 자각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