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되기 전 에스퀴스가 가장 좋아했던 책은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었다고 합니다. 인종차별과 폭력, 위선으로 가득 찬 사회를 따돌리듯 달아나며 펼치는 여정이 감동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교사가 된 그에게 허크는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교실에서 절대로 달아나서는 안 되는 그에게 허크식 해법은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었으니까요.
그 때 그가 펼쳐든 책이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였습니다. ‘백인 여성을 강간했다는 혐의를 뒤집어 쓴 흑인 남자를 통해 정의를 되찾는 스토리’로만 알고 있던 책이 다시 읽어보니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게 된 거죠. 이 책에서 사건을 수임한 애티커스 변호사는 “이길 것 같아요?”라는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서도 애티커스는 도망가지 않고 법정으로 걸어 들어가 투쟁했습니다. 그 순간 에스퀴스의 머리에선 전구가 반짝였습니다. 자신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에게는 교실이 바로 법정이며, 좋은 교사란 포기하지 않는 교사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겁니다.
‘…위대한 수업’에 대한 글을 쓰면서 우연찮게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리더스북)에 실려 있는 에스퀴스의 일화를 접했습니다. ‘…위대한 수업’에선 볼 수 없었던 좀 더 어린 에스퀴스의 고뇌를 읽으며, 현장에서 돌파구를 찾아가는 과정은 그 곳이 미국이던, 한국이던, 비슷하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취재했던 한양대부설 한양초등교 이인순 선생님 역시 “35년 교직생활에서 좋은 교사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며 아이들의 재능을 발견해 내는 것임을 알았다”는 똑같은 말씀을 전해주셨으니 말입니다.
인생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 존재는 사람일 수도, 또 다른 무엇일 수도 있지만, 에스퀴스에겐 ‘앵무새 죽이기’라는 책이 그의 인생을 변화시킨 한 권이었습니다. 새 학기를 맞는 선생님들에게 ‘…위대한 수업’이라는 한 권의 책이 여러분의 수업과 인생을 바꿀 힘이 되길 기원해 봅니다. 모든 선생님이 포기하지 않는 ‘좋은 교사’여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