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권 치고 교육을 강조하지 않은 적은 한번도 없다. 김대중 대통령 역시 취임사를 통해 만난을 무릅쓰고 교육을 개혁하겠다고 다짐하였다. 취임 절반이 지난 학교의 모습은 어떠한가. 학교붕괴, 교실붕괴는 일상 용어가 되었다. 교사는 힘들어서 못하겠다 아우성이고 학생과 학부모는 무시험이다, 수행평가다, 7차 교육과정이다 해서 혼란이 극심하다.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잠자고 있어도 제대로 지도할 수 없는 곳이 바로 교실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교육파탄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커녕 자신의 공적만 앞세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교총이 10월28일 서울역에서 교단동요를 촉발시켰던 연금법의 개악을 저지하고 교육실정을 규탄하는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이 대회를 통하여 교육계에 만연된 무책임주의가 반드시 근절되기를 간곡히 기대한다. 얼마나 많은 설익은 정책들이 위정자들의 공명심이나 전시행정에 편승하여 혜성처럼 등장하였다가 슬그머니 사라졌는가. 그 와중의 혼란과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 교육자들의 몫이었다. 이번 규탄대회는 교육실정에 대한 책임을 묻는 대회가 되어야 한다. 국회도 책임을 통감하여야 한다. 행정부에 대한 철저한 견제기능을 수행하였다면 오늘날의 사태는 초래되지 않았을 것이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장래를 좌우하는 교육실정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하여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에 즉각 착수하여야 한다. 한국교총도 이번 대회를 변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제 학교바로세우기니 교단안정이니 하는 고상한 구호보다는 학교현장의 아픔을 직접 치유하는 움직이는 교원단체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교육실정을 과감히 규탄하고 바로잡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존재의의가 있는 것이다. 물론 어떤 이유로도 교육자가 길거리로 나서는 모습이 바람직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교육실정의 재발을 방지하고 교육계의 뿌리깊은 병폐를 발본할 수 있다면 이 정도의 희생은 차라리 아름다운 것이다. 교육실정에 대한 규탄과 책임규명이 가장 시급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