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식인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대학을 나왔고, 오늘도 영어학원에 다녀왔고, 토익 점수도 꽤 높으니까. 신문과 뉴스를 매일매일 놓치지 않고 읽고 보고 있으니 세상사 돌아가는 것에도 뒤처지지 않으니까. 상식도 그만그만하니 이만하면, ‘지식’인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되시는지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답니다. 당신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클릭만하면 ‘지식인’이 나오는 세상을 살고 있으니 ‘지식’에 대해 너무 쉽고 안일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 책 ‘지식e’(북하우스)를 읽으면서 제가 반성을 많이 했거든요.
‘지식e’는 교육방송의 5분짜리 다큐멘터리 ‘EBS 지식채널e’의 내용을 편집한 책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인물 등 우리 사회를 보다 더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과 안목을 갖출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이 책은 단락마다 참고도서도 소개해놓아 보다 깊이 있게 알고자 하는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도 배려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두껍고 빽빽한 교양서라는 생각이 드시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영상과 음악으로만 이루어진 짧은 방송물이 책으로 다시 태어난 만큼 이 책은 거의 비어있습니다. 한 페이지에 사진 한 장과 몇 줄의 텍스트밖에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TV 다큐멘터리에서 그랬듯 책 역시 설명과 주장을 하지 않고 그냥 보여줄 뿐입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제가 그랬듯 당신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먹고 살기위해 익히고, 먹고 사는 데 사용되는 지식은 ‘지식’이 아님을 말입니다. 이 책은 유식한듯하지만 사실은 무식한 우리의 머리를 끄덕이게 만들어줍니다. 머리글에도 나와 있듯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은 엄격히 구분 짓는 잣대가 아니라 경계를 넘나드는 ‘이해’이며, 말하는 쪽의 입이 아니라 듣는 쪽의 ‘귀’이며, 책 속의 깨알 같은 글씨가 아니라 책을 쥔 손에 맺힌 작은 ‘땀방울’이며, 머리를 높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낮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책이 비었다고 책장을 휙휙 넘기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책의 빈 공간은 진정한 ‘지식인’이 되고픈 우리가 느끼고 생각해야할 공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