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혁명이라는 문명사적 전환기의 지식기반사회를 맞이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가 숨가쁘게 변화와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시대적 변화에 부응해서 교육의 내용과 방법도 필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전세계 도처에 거미줄 같이 연결된 정보통신망을 통해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정보와 지식을 교과서에 다 수록할 수도 없고,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학문과 기술을 교사가 다 가르칠 수도 없기 때문에, 종래와 같이 교사에 의한 교과서중심교육(Textbook-based learning)은 다양한 자료와 정보를 활용하는 자료중심교육(Resource-based learning)체제로 전환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의 7차 교육과정에서도 학생들의 개인차를 고려한 수준별 학습을 채택하고 있지만 학생들 개개인의 적성과 능력과 수준에 맞는 다양한 자료를 준비하지 않고는 실효를 거둘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난이도를 고려한 교재를 개발한다 할지라도, 교수·학습에 관련된 다양한 자료가 미비하면 결국 교과서 중심의 주입식 방법을 탈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무한한 잠재능력과 창의력을 계발하기 위해서는 그들 스스로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는 자료중심교육을 통해야 한다. 실례를 들어보면, 영국은 1988년에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교육개혁을 단행하면서, 학교도서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학습자원센터(Learning Resource Center)'화 하여 청소년들의 사고력 함양과 창의력 계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미국도 이미 1960년대 후반에 도서 중심의 학교도서관에 컴퓨터학습프로그램과 각종 시청각 기교재를 통합하고 정보통신장비를 갖춘 소위 `미디어센터(School Library Media Center)'체제로 전환하여 학생들의 무한한 잠재능력 계발과 탐구력 신장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들 나라가 세계문명을 제패한 지식강국이 된 그 원동력은 바로 도서관을 통하여 학생들의 잠재능력과 창의력을 계발한 데 있다고 본다.
선진국의 청소년들이 `미디어센터'와 같은 이상적인 교육환경에서 창의력을 계발하고, 사이버대륙을 넘나들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가상과 현실, 안과 밖의 세계를 누비며 변혁을 주도하고 있을 때, 불행하게도 한국의 청소년들은 자습실로 전락한 도서실이나 닫힌 교실에서 정보화의 물결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오로지 입시를 위한 교과서중심의 주입식 교육과 단편적인 지식의 암기에만 치중하고 있는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어떻게 무한경쟁의 21세기를 주도할 인재를 양성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 학교주변의 전자오락실이나 유흥장 등 유해환경을 정화하는 데만 힘을 쓰고 바람직한 교육환경의 조성을 도외시한데 문제가 있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표는 '교육환경의 정화'가 아니라 바람직한 `교육환경의 조성'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보면 '다북쑥도 삼밭에서는 곧게 자란다(蓬生麻中 不扶自直)'는 말이 있다.
감정이 없는 단순한 식물도 환경의 영향을 받거늘 하물며 호기심 많고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직접 보고, 듣고, 배울 수 있는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성패를 가름하는 요체가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이 교육환경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그 동안 천문학적 숫자의 막대한 예산을 '환경개선 특별 회계'란 명목으로 매년 화장실 개수, 2중창 설치, 책걸상 교체, 건축물 수리 등의 특수목적 사업에만 예산을 집행하였다.
그러나 물경 수십 조원의 예산을 시설 개선에 투자하였지만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학력제고에는 아무것도 기여하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학생들의 각기 다른 적성과 능력과 수준에 맞는 다양한 자료와 정보통신장비를 갖춘 종합적인 교육환경으로서 학교도서관을 강화하고 활성화하여 교육정보화의 전진기지로 육성해야만 21세기를 주도할 인재양성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김용철 (공주대 사범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