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경북 100명 이상 미달 학교 속출 접수 앞둔 서울, 학생 차출해 유치 작전 교사들 "인문고 학급정원 낮추고 지켜라"
3년간 계속된 정원 축소에도 불구하고 실업고의 미달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2001학년도 신입생 입학원서를 마감한 경기, 경북도내 실업고의 경우 100명 이상 미달된 학교가 속출했다. 최근 입학원서를 마감한 경기도는 116개 실업고 중 29.3%인 34개교가 미달됐다. 276명을 모집하는 광명공고는 12명만이 지원했고, 고양여종고(308명 모집)도 104명이 원서를 접수, 204명이 정원에 미달하는 등 100명 이상 미달된 학교가 4개교로 나타났다. 광명공고 교감은 "97년 광명시에 30학급 규모의 인문고가 3개나 세워진데다 안양, 부천으로 빠져나가는 학생들도 늘어 실업고의 대규모 미달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내년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고 건축, 지적토목과를 탈피해 정보고로 개편하는 자구책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20일 원서를 마감한 경북도 73개 실업고 중 47개교가 미달됐다. 영주공고가 학생 모집을 중단하고 총 모집정원도 작년보다 1500여 명 줄인 1만597명으로 했지만 8468명만 지원해 0.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기계종고가 129명 정원에 16명만이 지원했고 명인정보고도 132명 모집에 23명만이 지원하는 등 100명 이상 미달 학교가 5개교나 됐다. 이 같은 미달 행진에 다음달 6일부터 원서접수에 들어가는 서울시내 실업고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지난해부터 수요자 중심 교육을 부르짖고 있는 서울의 경우, 인문계 정원을 정하지 않고 학생이 원하면 모두 인문고로 진학시키는 바람에 실업고가 枯死 직전에 놓였다. K공고의 한 교사는 "학급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매일 2개 학교씩 유치활동을 나가지만 정원의 3분의 1만 채워도 성공"이라며 "후기에서라도 학생을 모으려면 인문고 정원을 고무줄처럼 늘이는 교육청의 정책이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Y정보고는 학생 36명을 홍보도우미로 차출해 매일 아침 8시부터 유치작전에 나선다. 첫 수업 시작 전에 홍보를 마치라는 학교측의 요구 때문이다. 심지어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중학교에서는 소란스런 점심시간을 이용한다. 잡담을 하며 식사중인 학생들의 관심을 끌려고 목청을 한껏 높이는 교사와 학생의 모습은 우리 실업고의 현주소다. 최 모 교사는 "아무도 우리 얘길 들어주지 않을 때 정말 처량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매일 도우미로 활동하는 학생들은 오후에 따로 보충수업을 받지만 분위기가 잡힐 리 없다. 대규모 미달이 이어질 경우 사립 교원의 신분불안도 커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명퇴자가 많아 사립 과원교사의 공립 특채가 원활했지만 내년 2월부터는 명퇴자가 크게 줄어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 D공고의 한 교사는 "2002년부터 사립 과원교사에 대한 인건비 지급을 중단하게 되면 많은 교사가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현장의 위기의식 때문인지 10일 선린정보상업고에서는 300여명의 서울지역 실업고 교사들이 모여 `실업교육 정상화를 위한 서울교사 모임'(가칭)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인문고 학급당 정원 하향 조정 및 준수 ▲실업고 투자비 증액 등을 요구해 나가기로 했다. 한편 한국교총은 폐직, 폐과로 인한 과원교사는 공립특채를 의무화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마련해 곧 국회, 교육부 등 정부 요로에 제출하기로 했다. /조성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