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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능시험의 변별력


대학수학능력 시험은 고교교육과정을 제대로 이수해 대학에서 수학할 기본적 능력이 있는지를 검증하는 자격시험제도로 정착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올 수능시험에서 예년보다 고득점자가 양산된 것을 기화로 일부에서 수능시험의 변별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명문대학을 중심으로
본고사를 부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몇몇 일류대학의 학생선발에 변별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능시험을 어렵게 출제하게 되면 사실상 중간층이나 그 이하에 있는 많은 학생들은 학습을
포기하거나 특정 암기과목에만 치중하게 되는 등 고교교육의 파행이 초래된다. 따라서 고교교육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서는 수능시험은 현재보다 쉽거나
현 수준이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번 수능시험 중 제2외국어 등 일부과목이 고교 수준이라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쉽게 출제된 것 또한 고교교육을 파행으로 모는
원인이 된다. 이는 내년도부터 실시키로 한 제2외국어 학생선택제 확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만 무리한 정책 시행 탓에 문제가 쉬어졌다
어려워졌다 하는 고무줄 시험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대다수의 중간층 학생들을 기준으로 난이도를 결정하되 그 수준이 가능한 한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무회의는 21일 2002년부터 국공립대 뿐만 아니라 사립대도 국어 영어 수학위주의 대학별 지필고사를 볼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하면 재정지원 삭감
등의 불이익을 받게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대학의 지필고사 부활은 고교교육의 입시종속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엄청난 과외수요를 유발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반대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학생선발권은 대학자율에 맡겨져야 하는 만큼 이를 법령으로 규제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설령 재정지원을 삭감당하더라도 본고사
부활을 강행하는 대학도 충분히 예상되므로 법령에 의한 규제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대학은 지필고사가 아닌 학생들의 개성, 창의력, 적성 등을
감안하는 보다 다양한 전형방법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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