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갤럽이 조사한 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교사들은 현 정부의 교육정책 중 잘하는 정책이 없다는 반응이 전체 교원의 반을 훨씬 넘고 그 중 가장 잘못한 정책으로 교원정년 단축을 꼽았다. 교육개혁은 교사들이 앞장서서 이룩해 내야 하는데 교사들을 죽여 놓고 무슨 교육 개혁이냐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이 교원의 정년을 종전대로 환원하는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하여 반대론자들의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첫째, 우리 사회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을 하는데 어떻게 교육계만 예외로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데는 이의가 없다. 문제는 구조조정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구조조정이란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자는 의미이다. 비만증 환자는 체중을 줄이고 여윈 사람은 살을 찌우게 하는 것이 구조조정이다. 우리나라의 기업과 행정 조직은 지금 비만증에 걸려 있어 다이어트를 해야하지만 학교는 반대로 체중 미달 상태이니 체중을 불리어야 한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나, 능률을 생명으로 하는 행정기관은 이윤이나 능률이 떨어지면 감량하거나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학교는 그렇지 않다. 교육이 안된다고 교사 수를 줄이거나 학교 문을 닫을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 국가 중에서 교사 1인당 학생수가 가장 많은 나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학교의 구조조정은 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이고 그렇게 하자면 우선 교원 수를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데 정년 단축은 이에 반하는 정책임이 분명하다. 둘째, 정부는 정년 단축은 국민적 합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이는 궁색한 변명이며 하나의 독선으로 교원의 자존심을 그대로 짓밟는 것이다. `애국은 악당들의 마지막 피난처'라는 말이 있다. 툭하면 국가·민족을 들먹이고 여론을 핑계 대는데 교육문제 해결은 정치적 논리로 풀어서는 안 된다. 노동자의 감원이나 군복무 기간 단축, 장애자 시설 설치 같은 것은 주민 의사를 물어 결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하물며 교원의 생존권을 어떻게 여론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교원들을 우롱하는가, 학교의 실정은 감춘채 고령교원은 무능 교원이라고 몰아붙이면서 여론 조사를 했으니 일종의 여론 조작이나 다름없다. 셋째, 정년 연장을 하면 개혁 드라이브에 차질을 빚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도 있다. 개혁이 뭐길래, 개혁을 위해서 개혁을 한단 말인가. 정년을 환원하면 이미 나간 사람 때문에 혼란이 온다고 걱정하는데, 그들이 지금 외치고 있는 것은 짓밟힌 자신들의 자존심 회복이지 복직을 구걸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정년 단축으로 노렸던 예산 절감, 교원 증원, 교육의 질 향상, 그리고 시설 환경의 개선, 그 어느 것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다고 하면 교육개혁 실패인데 어떻게 실패한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 교육개혁인지 이해가 안 간다. 무리한 정년 단축으로 연금 기금이 고갈되고 국가 재정에 막대한 주름살을 주었다고 하면 지금부터라도 나갈 사람을 붙들어야지 계속 내보내면서 퇴직 교사들에게 연금 주면서 다시 불러들여 봉급을 주니 이런 코미디가 어디 있는가. 전에는 학교 붕괴라는 단어가 없었다. 학교 붕괴는 교원의 정년 단축과 함께 찾아온 것이다. 말로는 교육이 국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라 하면서 경제 발전에 불을 지폈던 고령 교사를 개혁의 대상으로 삼아 토사구팽 시켜 놓고 교육 개혁을 하자고 하니 누가 따르겠는가. 한나라당이 65세 정년 환원의 개정안을 내놓고 있고 자민련은 63세 연장안을 지난 총선에 공약으로 내놓았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공당으로서 서로 협력하여 교육계의 현안 문제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실현시켜 주리라고 확신한다. 자민련은 정년 문제에 관한 한 민주당과 손을 잡아서는 안 된다. 지난 총선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려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지금 교육계는 이 기회에 여당인 민주당이 함께 동참해 주기를 간곡히 바라고 있다. 잘못된 정책은 솔직히 시인하고 이를 개정하는 큰 정치의 면모를 보여주기 바란다. 어떤 변명도 지금 먹히지 않는다. 정년 연장은 세계적 추세이다. 독선의 칼날에 교육의 뿌리가 잘려나간다면 우리들의 미래는 없다. 정부의 교직안정 대책은 정년 환원 내지 연장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 길만이 교육을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