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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안타까운 열린교육


김홍열
전 전북 군산 나포초 교장

전북에서 열린교육시범학교를 5년간이나 운영했었다. 그래서 이미 퇴임한 몸이지만 지금의 열린교육을 생각할 때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구한말 신교육체제 시행이후 100여 년 간, 이른바 삼신기(三神器:교과서, 칠판, 분필)만으로 교사가 주입식 수업을 해 오던 중 뜻 있는
교원들에 의해 제창된 `열린교육'은 정말 선풍적으로 확산됐다.
그 명칭 때문에 실상과는 다르게 오해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생성부터 확산에 이르기까지 순전히 민간운동으로 시작되어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하의상달식의 민중운동과 같은 것이었다.
교원들의 수업개선 열의도 대단해서 자비를 들여서까지 서울로, 인천으로, 일본으로 수백 명이 수 년 간 열린교육을 연찬 했고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강행한 철야연수에는 신들린 듯 천여 명의 교원들이 운집해 밤새 협의·사례발표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불길처럼 전국에 확산, 보급된 열린교육은 이내 몇 가지 이유로 벽에 부딪치고 내용도 왜곡됐다.
가장 큰 이유는 열린교육이 교육개혁과 맞물려 정부교육시책이 되어 관 주도로 확산된 데 있다. 행정은 속성상 가시적 실적을 지향하고 단기간에
업적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여건을 고려치 않고 무리하게 열린교육이 확산됐고 허위로 실시하는 학교까지 나타났다. 그리고
교육을 열자면서 오히려 교단을 규제·통제하는 무리수를 동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육부의 시·도교육청 평가 항목에서 열린교육에 대한 편중적인 가중치 부여, 열린교육단지 조성, 열린교육연수학점제 등 결과적으로 무익하고 실효성
없는 행정의 관여로 교사들의 의욕은 떨어지고 자발적 연수도 피동적·형식적이 되고 말았다.
서둘러서 되는 일이 있고 서둘러서 안 되는 일이 있다. 수업개선 과제는 엎어지고 넘어지면서 하나씩 배우고 익히며 한발씩 정상에 올라가야 하는
것이지 결코 우격다짐의 혁명논리로 될 일이 아니다. 열린교육을 추진하는 교원·학교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조금만 조력하고 지켜봤던들 오늘처럼
교원들로부터 외면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열린교육의 두 번째 벽은 교육열로 위장된 우리국민의 거센 출세주의다.
우리의 교육은 지금껏 암기위주의 주입식 교육으로 일관해 왔다. 그래서 정답 찾는 시험선수는 길러냈어도 없던 문제를 만들어 내고, 없던 답을
찾아내는 크고 작은 창조자는 길러내지 못했다. 100점 학력만을 원하는 학부모 때문에 독창적인 사고력·창의성 교육인 우리의 열린교육은 벽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열린교육을 `실패한 교육'이라고 단정하고 미국교육은 대책 없이 추락하고 있다는 어느 재미교포학자의 편집적·극단적 주장은 큰 파장을
가져왔다. 현재 미국의 교육은 똥통에 빠졌으며 속 빈 강정처럼 배울 것이 없는 교육이요, 배운 사람 없는 돌머리화 교육을 하고 있는데, 지식을
주입하는 우리의 좋은 교육전통을 왜 버리려는 것이냐는 것이었다.
그 교수의 말에 지식욕·출세지향의 의식구조를 가진 학부모들 사이에서 열린교육을 비판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결과였다.
물론 우리의 열린교육도 감각적이고 흥미위주로 흘러 왜곡된 사례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땀흘리고 노력해 우리의 학문적 전통 위에서 방법을
세워나가고 있다.
열린교육은 외국에서 맹목적으로 수입해온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더 좋은 교육을 하기 위한 수업개선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창조적 노력의 일환이다.
우리 후손들이 승리자로 이 지구촌에서 존립하기 위해서는 교육경쟁에서 이겨야 하며 이는 전통적인 종래형 수업으로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초유의 민간수업 운동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열린교육이 단번에 많은 것을 얻으려는 과욕과 편견·왜곡된 학력관 때문에 실패한 수업방법으로
치부되는 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는 저간의 사정을 거울삼아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10여 년 전 맨손으로 밑바닥에서 시작했던 그 기백과
열의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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