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두려운 건 성적 환타지 아닌 다른 하나의 주체에 다가서고 받아들이는 관계의 맺음....
여자(나탈리 베이)는 말한다. "그건 포르노 행위였어요. 난 해보고 싶은게 있었어요. 누구나 상상하는 것이 있잖아요." 그에게 포르노는 성적 판타지였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상상으로 끝내지 않고 행동으로 옮겼다. 잡지에 섹스파트너를 구한다는 광고를 하거나 (남자의 기억), 인터넷(여자의 기억)으로 만나 호텔에서 섹스를 하고 헤어졌다. 그 것 뿐이다.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어디 사는 지도 서로 묻지 않았다. 다시 만나도 처음과 같다. 그들은 오직 섹스만 하고 돌아선다. 그러나 분명 다른 무언가가 있다. 좀더 자연스럽게 이별의 키스를 하고 헤어지기 전에 잠깐 망설인다. 남자(세르지 로페즈)가 이별이 아쉬워 '술 한잔'을 제안한다. 섹스가 아니어도 둘은 오래 전부터 알던 사람같이 편안해졌다. '포르노그래픽 어페어'가 '사랑'으로 변한 것이다. 프레데릭 폰테인 감독의 영화 '포르노그래픽 어페어(Une Liaison Pornographique)' 는 바로 '그 관계의 변화'를 남녀의 별도 인터뷰와 그들의 회상으로 세밀하게 짚어간다. 두 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영화도 마치 그들의 얘기가 실화인 것처럼 끝까지 그들을 '그' 와 '그녀' 로만 부른다. 그 익명성에 주인공도 관객도 솔직해진다. 그러나 비극은 포르노그래픽이 사랑으로, 환상이 현실로 변하는 지점에서 기다린다. 이제는 마음까지 읽어야 하는 관계. 상대가 모르고 있는 나에 대해 실망할 수도 있다는 감정이 서로의 마음을 잘못 읽게 한다. 결국 결정의 순간 여자는 본능을 숨기고 남자는 모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거두고 거짓말을 한다. 서로 몸을 섞으면서 친밀감과 신뢰감을 수 차례 확인해 놓고도 표현에 주저하는 두 사람. 부끄럽고 두려운 건 성적 판타지가 아니라 다른 하나의 주체에 다가서고 그를 받아들이는 관계의 맺음인 모양이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은 '포르노그래픽'으로 끝나고 만다. 그들이 함께 겪었던 그 시간의 기억이 서로 조금씩 다르듯 사랑한다고 진실까지 함께 소유할 수는 없는 것인가 보다. 아! '사랑' 만큼 정의 내리기 힘든 말이 또 있을까... /서혜정 hjkara@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