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교육과정 맞는 30여 가지 자료 제작
초등처럼 쉽게 제작, 고교 교육과정 접목
“‘어차피 수능도 안 볼 건데 그냥 대충해요’라던가 ‘열심히 해보려고
했는데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어요’가 실업계 고교에 와서 제일 많이들은 말이었어요. 10명도 안 되는 학생이 수업을 듣고 그나마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건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찾은 방법이 수준에 맞는 수업자료 제작이었어요.”
윤혜경(27 사진 왼쪽) 천안공고 교사와 이승복(30) 천안오성고 교사는 교육과정을 하 수준 학생들의 눈으로 보라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모둠을 만들고, 모둠장이 이해하는 수준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모둠장이 설명을 하도록 한 것이다. 자료도 쉽고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초등학교를 찾아다니며 자료제작법을 배우고, 여기에 고교 교육과정을 접목해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자료가 초등수준이라는 비판도 많이 받았어요. 그러나 수학시간을 싫어하던 학생들이 변화하기 시작하자 동료들도 응원해 주시더라고요. 3월 진단평가에서 5분 만에 찍고 자던 아이들이 5월 중간고사에서는 1명도 자지 않았고 6월 주관식 지필검사에선 시간을 좀 더 달라고 우기는 아이까지 생겼으니 큰 변화가 아니겠어요?”
집합의 연산과 벤다이어그램, 명제의 여러 가지 용어,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인수분해 미로게임, 자석을 이용한 분수식의 변형, 이중근호 퍼즐, 다트 연립방정식 등 고교 1학년 교육과정에 포함된 내용을 담은 30여 가지 자료와 철판에 자석을 이용해 만든 ‘엄마가 보고 있다’와 두 선생님의 사진을 붙인 ‘선생님 가르침판’ 등 흥미를 유도하는 보조자료는 실제 학업 성취도에 있어 공고 69%, 인문계 하 수준의 경우 76%라는 괄목할만한 향상을 가져왔다.
부부교사인 윤 교사와 이 교사 역시 처음엔 영재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윤 교사가 공고로 발령을 받으면서 고교 하 수준을 위한 연구와 자료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착안, 함께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부부교사이다 보니 아이디어는 물론 자료를 제작하는 시간도 공유하기가 쉽잖아요. 이 장점을 앞으로도 최대한 활용하려고요.(웃음) 하 수준을 위한 수준별 수업자료를 개발하고 일반화하는 작업에 저희 부부가 앞장서 나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