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지역교육청 교육장 A씨는 최근 일주일 동안 무려 11개의 관내 초·중학교를 방문했다. 하루 평균 2~3개 학교를 찾은 셈이다. A씨의 주말일정은 더 바쁘다. 예전 같으면 ‘봉투’만 전달했을 결혼식장을 일일이 찾고, 일요일 산행모임은 빠지지 않는다.
또 다른 교육장 B씨. 본청근무 당시 기사(記事)가 불만스럽다며 신문사 사장에게 전화를 거는 호기도 서슴지 않던 그는 이제 ‘자기 일’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유달리 잦은 학교 방문과 저녁 식사자리 참석을 아무 이유 없이 하겠느냐”고 말한다.
교육감을 꿈꾸는 A씨와 B씨가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갔다는 것이 주변의 평이다. 한 때 공정택 교육감의 최측근을 자처하던 인사들이 각개약진하고 있다. 공 교육감 품안에서만 살 수 없으니 당연한 노릇이지만 곱지 않은 시선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우선 타이밍이 좋지 않다. 공 교육감은 ‘선거비용 차입’ 문제로 수사를 받고 있다. 간두(竿頭)에 선 주군을 제쳐두고 차기를 도모한다는 것이 피아(彼我)를 떠나 볼썽사납다는 것이다. 장학관 출신의 한 교장은 “모시던 분이 어려울 때는 힘을 보태는 것이 도리”라고 꼬집었다.
공 교육감에게는 주자들이 사전양해를 구하지 않은 것도 섭섭할 따름이다. 공 교육감과 가까운 한 인사는 “교육감께서 어려울 때 도울 생각은 안 하고 점잖지 못하게 벌써부터 난리냐”며 “누구 덕에 그 자리에 있는데 배신도 이런 배신이 없다”고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교육위원들도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공 교육감의 전폭적 지원 속에 당선된 것으로 알려진 C씨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D씨는 약간 주춤하지만 지인들에게 ‘큰 뜻’을 숨기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은 일선 방문을 크게 늘리고, 상당한 ‘실탄’(?)도 확보했다는 소문이다. C씨의 경우는 지역별 조직까지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교육청의 한 간부는 28일 본지와 통화에서 “차기를 노리는 인사들의 행보를 보면 2010년 6월이 아니라 마치 보궐선거를 바라는 것 같다”며 “검찰보다 돌변하는 측근들이 더 무섭다”고 개탄했다. 기회주의자에게 기회가 있을 것인가.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