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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남한강 물줄기를 따라 걷다

8개 주제별로 남한강 일대 탐사활동 나서
경기 최초 개방형자율학교 와부고의 획기적 실험


“별마로 천문대는 2호차를 타세요.”

23일 강원도 영월군에서 주황색 조끼를 입은 와부고 1학년 학생 320여명이 체험학습 이튿날의 일정을 시작하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이 때 여느 학교의 수학여행과는 다른 장면이 눈에 띈다. 1반, 2반…학급별로 버스를 타지 않는 점이 바로 그것. 이 학교 학생들은 학급과는 관계없이 별마로 천문대, 김삿갓유적지, 온달산성, 곤충박물관, 고씨동굴 등 8개의 주제에 맞춰 버스 9대에 나눠 올라탔다.

한강의 발원지와 한강 줄기를 중심으로 주제별 탐사활동을 진행한 경기도 최초의 개방형자율학교 시범학교인 와부고의 획기적인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유명 관광지를 훑어보고 저녁에는 장기자랑을 즐기는 수학여행을 와부고는 과감히 벗어던지고 말 그대로 ‘체험학습’을 시도했다. 고교 3년 동안 진행될 체험학습의 큰 틀을 ‘걸어서 한강테마탐사활동’으로 정하고 1학년 때는 남한강, 2학년은 북한강, 3학년은 두물머리에서 김포로 탐사활동을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는 학교와 인접한 한강의 생태자연과 한강 줄기를 따라 자리잡은 유적지를 돌아보며 환경과 역사, 문화를 배우는 기회로 삼자는 뜻에서 결정됐다.

이에 1학년 320여명은 22~24일 2박3일 간의 일정으로 강원도 태백시의 한강발원지인 검룡소에서 경기도 양평군의 세미원까지 이동하며 체험학습을 실시했다. 특히, 학생들이 직접 걸어봐야 땅에 대한 애정을 느낀다는 취지로 하루에 5km씩은 직접 걸어 이동토록 했다.

첫째날은 비로 인해 비옷을 입고 우산을 써서 걸어야 했지만 학생들은 그것에 나름 추억이라는 이름을 보탰다. 권상철 군은 “천천히 걸으며 친구들과 이야기하다보니 힘든지도 모르겠다”며 “이때 아니면 언제 비옷 입고 이렇게 걸어보겠냐”고 했다. 학생들은 탐사하기 원하는 주제를 미리 선택, 원하는 친구들과 조를 짰다. 주제별로 정해진 코스에 맞춰 이동하면서 학생들은 사진도 찍고 설명도 들으며 교사가 만든 워크북의 과제를 해결해 갔다.

워크북의 과제도 학생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발원지인 검룡소에서는 전설을 설명해주고 ‘검룡소의 모습을 실제 용이 승천하는 모습처럼 사진에 담아보고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 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학생들은 자리를 이곳저곳 옮겨 가면서 연신 사진을 찍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면서 한바탕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아우라지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는 진도·밀양·강원도 아리랑 등 전통노래와 대중가수 SG워너비의 아리랑까지 듣고 개사를 해보기도 했다.

동강에서는 영월다목적 댐의 건설을 두고 정부와 환경단체, 주민의 입장 차이를 정리토록 하고 별마로 천문대에서는 새로운 별자리를 만들어 보라는 과제도 있었다. 발원지에서부터 두물머리까지 걸어오면서 검사용지를 이용, 수질검사를 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활동 일정이 빠듯하다보니 학생들은 장기자랑은커녕 숙소에 들어와 잠에 골아 떨어졌다.

주제 중심의 체험학습에 대한 학생들의 호응도 좋다. 조현동 양은 “관광지에서 그냥 노는 수학여행을 떠나는 다른 학교와 달리 우리는 한강이라는 주제에 맞춰 탐사를 해 의미있었다”고 말했다. 최고야 양도 “유적지를 가면 스쳐지나가기만 하는데 워크북의 과제를 해결하면서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물론 이 같은 시도를 하기 위해 교사들의 수고가 따라야 했다. 교사들은 세 차례에 걸쳐 답사를 떠나고 워크북을 만들기 위한 자료 조사, 편집 등을 하는 등 나름 공부를 더 해야 했다. 탐사 후에는 국어, 역사, 과학 등 5개 교과에서 기말고사에 1문제씩 내기로 했다.

김학일 교장은 “철마다 실시하는 소풍이나 획일적인 수학여행에서 탈피해 한강을 대상으로 주제별로 실시하는 체험학습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학습의 장을 마련해 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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