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010년부터 초등학생들의 영어 수업시간이 주당 1, 2시간 늘어나고 배워야 할 영어 어휘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0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강당에서 이런 내용은 담은 ‘초등학교 영어과 교육과정 개정안 공청회’를 열고 두 가지 확대 방안을 공개했다.
현재 초등 영어 수업시간은 3·4학년의 경우 주당 1시간씩, 1년 동안 총 34시간이다. 5·6학년은 주당 2시간씩, 1년 동안 총 68시간 영어를 배우고 있다. 교과부가 마련한 개정안은 △3·4학년과 5·6학년 모두 주당 3시간으로 늘리는 방안(1안:3-3-3-3안) △3·4학년은 주당 2시간, 5·6학년은 주당 3시간으로 늘리는 2안(2-2-3-3안) 등 두 가지다.
주제발표에 나선 이완기(영어교육) 서울교대 교수는 “지금 학교 영어수업만으론 영어교육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현장의 요구가 많다”며 “주 1시간 수업으로는 전 시간에 배운 내용을 쉽게 잊어버릴 수 있어 학습 효과가 누적되지 않기 때문에 교사는 지난 학습 내용을 복습하는 데 수업 초반부를 많이 할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16개 초등학교를 연구학교로 운영한 결과 영어 수업을 주당 1시간 늘린 학교보다 주당 2시간 늘린 학교의 평균 점수가 훨씬 높았다”면서 “영어 수업시간을 늘려도 다른 과목의 수업시간을 줄이지 않고 3∼6학년의 총 수업시간을 주당 1∼2시간씩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초등 교원 1377명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부모는 71%, 교원은 55.2%가 영어수업 시간 확대에 찬성했다”며 “학부모 10명 중 7명이 원하는 정책을 시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영어 수업 적용 시기는 1안의 경우 3∼4학년 2010년, 5∼6학년 2011년, 2안은 3∼4학년 2011년, 5∼6학년 2012년으로 연차적으로 늘리는 방안이 제시됐다.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 사이의 영어 수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영어 어휘 및 수준을 높여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의갑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연구위원은 “초등 6학년과 중1 사이의 영어 수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초등 영어 어휘 및 수준을 높여야 한다”며 “현재 3∼6학년에 걸쳐 500개 내외인 신규 어휘 수를 520∼540개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한준 서울 동신초 교사는 “초등 영어수업을 늘리는 것은 필요하지만 교사 수요를 늘리지 않는 한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며 “교사증원 문제 해결 방안이 반드시 제시되고 나서 안의 실천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근 한국교원대 교수는 “1년에 68시간 학습하고 영어교슈학습의 효과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미래지향적으로는 1안이 적당하지만 현실적으로 2안이 교사의 수업시수 부담과 학생의 학습 부담을 고려했을 때 안정적 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교총도 논평을 통해 “영어교육 기회보장과 효과성 제고를 위해 수업시수 확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교총 역시 “2안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며 “주당 수업시수의 증대로 인한 교사수업부담 완화 대책과 교사 수급계획의 연계 속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정책위원은 “초등 3ㆍ4학년 영어 수업은 폐지하고, 대신 5ㆍ6학년에서 주 3시간의 수업을 하자”고 제안했으며, 천희완 전교조 참교육실장은 “초등학교는 모국어 교육이 중심이 돼야 하며 영어 학습은 중등 과정에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등 반대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교과부는 교사와 학부모,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12월 정부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