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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통일이후의 직업변동 <끝>

건설엔지니어, 사회복지사, 직업상담사, 의료인 수요 증대

"독일은 의사의 치료가 필요한 병자다." 유럽의 대표적 경제학자인 한스 베르너가 조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 내린 진단이다. 통일당시 서독경제가 동독경제보다 10배나 더 컸음에도 통일후 10년간 겪은 성장둔화와 고실업 증세의 '독일병'은 막대한 통일비용 탓이 크다. 통일정부는 1991년부터 99년까지 1조6340억 마르크를 동독지역에 쏟아 부었지만, 독일은 지금까지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7세기 후반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래 한반도에는 천년이상 통일국가가 이어졌다. 한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온 역사의 길이만큼이나 질기고도 강한 민족공동체 의식이 형성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러한 민족공동체 의식은 오늘날 남북통일의 당위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당위론을 떠나서 현실론으로 돌아오면 사태는 그리 간단치 않다. 특히, 독일의 통일과정은 우리가 막연히 품어왔던 통일 유토피아가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

독일은 통일이전에 이미 동서독간 인적, 물적 교류를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활발히 했고 통일준비도 철저했지만, 천문학적 통일비용을 피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우리가 진정으로 통일을 소망한다면, 통일이 가져올 파장과 변화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대비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늘날 구동독 지역에서는 10명중 한 명만이 과거의 직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통일은 북한뿐 아니라 남한에도 직업세계에 일대 변혁을 가져오리라는 점에서 예상되는 시나리오별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독일통일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반도 통일이후의 직업세계 변동을 점쳐 본다.

첫째, 통일이후 가장 긴급한 현안은 아무래도 북한지역의 경제재건이다. 북한의 소득수준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지 못하면, 대량난민의 발생을 막을 수 없고 이는 남한지역의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붕괴상태에 있는 북한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통일 정부는 막대한 재정투자를 동원하여 인프라구축, 시설현대화를 추진하고, 민간투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또한 남북한 주민 간의 생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보조금, 사회안전망 구축도 불가피하다. 정부의 재정투자와 관련해서는 건설엔지니어, 사회복지사, 직업상담사, 의료인 등 관련 직종의 수요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의 낙후된 농업생산력을 증대하기 위한 비료, 농기자재, 관개시설, 산림녹화 등도 시급하므로 농업관련직, 산림관련직 등도 많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자유와 개성보다는 집단주의 문화 속에서 타율적인 생활방식에 젖은 북한 주민을 재교육하는 것도 시급하다. 단기적으로 북한경제는 남한의 원조에 의해 지탱되어야 할 것인데, 이 과정에서 북한주민들이 복지병에 물들지 않고 시장경제원리에 동화되도록 준비해야 한다. 통일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주민들의 자활의지를 일깨우는 것이 중요하므로 자율과 책임의 원칙, 시장경제에서 생존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북한주민에 대한 대대적인 시장경제 교육, 직업교육훈련이 이루어져야 하며, 경제전문가, 교육전문가, 직업교육훈련교사, 진로전문가 등의 활약이 필요하다.

셋째, 북한 지역에 견고한 행정ㆍ치안체제를 단기간내에 구축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통일정부의 행정ㆍ사법체계에 적합한 인력확보를 위해 구동독 공무원을 대상으로 자격 심사와 재교육을 거쳐 이들을 재임용하거나, 일부 서독 공무원들을 파견ㆍ전보하여 해결하였다. 통일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정공백, 치안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공무원, 경찰, 교원 등 북한지역에서 행정ㆍ사법 업무를 담당할 인력에 대한 수요가 단기간에 크게 증대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넷째, 소유권 등 재산권의 처리와 관련된 법적 분쟁의 증대도 예상된다. 독일의 경우 토지 반환권 소송이 200여만 건에 달할 정도로 사법수요가 단기간에 집중되었다. 북한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관한 원칙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법적 분쟁이 크게 늘어나면 법률가, 조사관 등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아울러, 1,000만 이산가족, 북한이탈주민, 납북자 등의 친족, 상속 등과 관련된 분쟁이 대량으로 발생할 경우 자칫 사법시스템의 마비로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므로 관련인력이 대량으로 필요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통일이후의 변화된 사회시스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계층에 대한 대응이다. 남북한 주민간의 이질감, 열등감, 분노, 차별의식 등은 만만치 않은 심리적, 사회적 비용을 수반할 수 있다. 남북한 주민간의 심리적 단절을 극복하고 진정한 화합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사회프로그램의 개발 및 운영이 필요하게 될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일이후 ‘독일병’을 앓고 있는 독일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미리 미리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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