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사용에 모범을 보여야 할 초등 교과서에 오자와 비표준어, 억지스런 표현이 수두룩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새국어생활(국립국어연구원 刊)에서 초등 교과서의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한 권오운(시인)씨는 "기본적인 맞춤법 오류는 물론 비표준어와 억지말, 억지표현이 수도 없이 많아 교과서 청문회라도 열어야 할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2-(가) 수학 35쪽을 비롯, 3-1 수학, 5-1 수학 익힘책 등에서 `꼭짓점'을 꼭지점으로, 1-1 읽기 36쪽을 비롯, 6-1 사회 91쪽 등에서는 `노랫말'을 노래말로, 5-1 말하기·듣기·쓰기 78쪽에는 `시곗바늘'을 시계바늘로, 5-1 읽기 108쪽에는 `등굣길, 하굣길'을 등교길, 하교길로 하는 등 사이시옷을 멋대로 떼어내 버렸다. 오자와 비표준어도 많이 쓰이고 있다.
깨끗이가 깨끗히로(6학년 체육 14쪽), 밤을 새우다가 밤을 세우다로(5-2 사회 58쪽), 창난젓을 창란젓으로(5-1 사회과 탐구 17쪽) 잘못 쓰는 예가 무수히 많다. 또 5-1 읽기 66쪽에는 `사람의 발자국소리'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것도 발자국이 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말로 `발소리'의 잘못으로 지적됐다.
희한하고 억지스런 말로는 6-2 읽기 161쪽에 쓰인 `쇠자막대기'가 꼽혔다. `쇠로 된 긴 막대기에 눈금을 새겨 넣은 자'를 뜻한다면 쇠자막대기가 아니라 `쇠막대기자'가 옳다. 또 5학년 실과 69쪽에는 삶은 달걀을 건지기 위해 `건지기'가 필요하다고 돼 있다. 그러나 건지기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으며 `철사로 그물처럼 엮어 바가지같이 생겨 음식물을 건져내는 기구'는 `석자'라 한다.
4학년 실과 113쪽에는 덧소매라는 생소한 단어가 나온다. 물론 사전에 실려있지 않은 말이다. 이 말은 토시의 잘못이다. 불분명하고 부적절한 표현도 수두룩하다. 5-1 읽기 148쪽에는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나라의 소식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지구의 반대편'은 그 뜻이 매우 불분명하다. 한국의 반대편, 미국의 반대편이라면 몰라도 `지구의 반대편'은 지구상에도, 우주에도 없기 때문이다.
2-2 생활의 길잡이 49쪽에는 `지하철을 탈 때는 안전선 밖에서 기다립니다'라는 잘못된 표현이 있다. 안전선 `뒤에서' 기다려야지 안전선 밖(안전하지 않은 곳)에서 기다리라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앞뒤가 맞지 않은 표현으로는 4-1 생활의 길잡이 99쪽에 실린 `벽화가 반쯤 완성될 무렵'이라는 구절이 예로 제시됐다. `반쯤'이라는 제한 뒤에 `완성'이라는 표현이 나올 수 없으므로 이 말은 `벽화가 반쯤 그려졌을 무렵'의 잘못으로 지적됐다.
권오운씨는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해 초등 교과서의 오류를 꼬집고 교과서 청문회라도 열자고 했는데도 교육부는 가타부타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