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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함께하는 교육> 통신상담 펼치는 가양초 강태휘 교장

매일 10여통…고민·제안 쏟아져
"답장 쓸 땐 막막해도 즐겁답니다"

"아이들이 내 답장을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한편 초조하고 또 한편은 마음이 들뜹니다"

서울 가양초등교 강태휘 교장. 작년 9월 가양의 식구가 된 강 교장은 요즘 아이들과의 인터넷 메일링에 푹 빠져있다. 조회 시간이나 학교 행사 때 외에는 아이들과 얼굴을 맞대거나 이야기 나누기가 힘든 만큼 늘 `어렵고 낯선' 교장의 이미지가 그는 싫었다. 그래서 시작한 이메일 주고받기는 아이들과 문화를 공유하고 그들의 고민과 바람을 들어주는 격식 없는 상담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강 교장은 부임 후 겪은 크고 작은 사건들 때문에 인터넷 상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처음에는 현관, 교실 유리창이 깨지고 기상대, 시청각실 앰프가 박살나더니 나중에는 물건을 훔치고 돈을 뺏은 아이들 때문에 파출소 연락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저 사고려니 하는 마음이 나중에는 대화할 곳 없는 아이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느껴지게 됐습니다"

여러 사건을 겪은 후, 강 교장은 소년소녀 가장, 학습 장애아, 그리고 소위 문제학생들을 `교장반'으로 편성해 교장실 인터폰 번호를 일러주고, 교장실을 개방해 수시로 생일잔치를 열어주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노력을 기울였다. 또 이메일 주소(ichummy@hanmail.net)를 알려주고 격 없는 상담과 대화를 시작했다.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점심시간이든 새벽 두 시든 언제든 답장을 해 주는 강 교장의 열의에 아이들은 매일 10여 통이 넘는 메일을 보내왔다. 자신의 인상착의와 반을 가르쳐주면서 찾아와 달라는 효정이, 너무 젊어 보인다며 농담을 건네는 우솔이, 축구할 때 공을 뺏는 6학년 형들을 타일러 달라는 병석이, 재미있는 수학여행 프로그램을 기대하는 형진이…내용도 가지각색이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메일에 강 교장은 때론 재치 있게, 때론 진지하게 답장을 쓰느라 진땀을 흘린다. 하지만 마냥 즐겁다.

"남자 친구가 배신했다고 울먹이는 아이에게 내 소년시절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일도 즐겁다"는 강 교장은 "출장이라도 다녀오면 메일이 쌓여 불평을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교장선생님 캡이라며 추켜세우는 아이들이 있어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강 교장은 4개월 간 아이들과 친구처럼, 그리고 아빠처럼 주고받은 통신문을 모아 `오고, 가고...또 기다렸죠'라는 작은 책자를 펴내기도 했다. 강 교장은 "학생과 교사가 진솔한 대화를 통해 신뢰와 사랑을 키우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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