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이 최근 잇따라 교육개혁 관련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정책집행의 당사자인 교육과학기술부가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에 나타났던 부처 간 교육정책 혼선이 재연되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곽 위원장의 최근 행보에 대한 비판은 28일 정치권에서 먼저 표출됐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곽승준 위원장은 자중해야 한다"며 쓴소리를 내뱉은 것.
홍 원내대표는 "미래기획위라는 자리는 미래생활과 관련된 총체적 전략에 관해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것"이라며 "마치 집행기관인 것처럼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마음대로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도 "곽 위원장이 마치 자신이 교육정책의 총괄 책임자인 것처럼 교육정책을 막 쏟아내고 있다"며 "최소한 교육부총리는 더 되고 교육부통령 정도는 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곽 위원장이 당정과 조율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성급하게 언론에 흘리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곽 위원장에게 쏠리는 비판의 화살은 본인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대통령 '자문기구'의 수장이란 자리에 걸맞지 않게 최근 며칠간 관계부처 간에 조율되지도 않은 교육 관련 발언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낸 것.
그는 지난 24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밤 10시 이후 학원 교습을 금지하겠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킨데 이어 27일에는 외고 입시에서 수학 가중치를 폐지할 것임을 시사해 또 한번 이목을 집중시켰다.
방과후학교 활성화와 관련된 최근 일부 언론들의 보도 역시 미래기획위 쪽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곽 위원장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학원 심야교습 금지' 등 내용면에서도 파격적이지만 정작 정책을 집행할 당사자인 교과부를 배제한 채 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만한 사안들을 이슈화시켰다는데 있다.
미래기획위는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중산층 살리기 대책인 '휴먼뉴딜'의 추진방향을 논의했던 조직이다.
이와 관련, 곽 위원장은 중산층을 살리려면 가계에 큰 부담이 되는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해 다른 정책에 앞서 사교육비 절감 대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곽 위원장이 교육 관련 이슈들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미래기획위의 정책 추진방향에서 기인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소관부처인 교과부와는 협의도 끝내지 않은 사안을 마치 확정된 내용인 양 발표하는 것은 여러모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자문기구의 장으로서 '월권'이라는 비판도 나올 수 있는데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이자 국민 모두가 이해 당사자인 교육정책 추진을 두고 부처 간 혼선을 빚는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에서 "학원 심야교습 금지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실효성 담보를 위해서는 주무부처인 교과부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과부 관계자들도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이미 지난해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의욕에 앞서 아이디어 차원의 설익은 정책들을 잇따라 내놨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은 경험이 있는 교과부로서는 자칫 당시의 혼란상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실제 안병만 장관은 27일 한 토론회에서 학원 심야교습 금지와 관련, "지금 실무자 간 협의하는 도중인데 준비절차 없이 성공할 부분이 아니다. 잘못하면 그냥 정책을 내놓고 강압하는 식으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 (곽 위원장이 발표를) 자제할 것으로 믿는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안 장관은 앞서 지난 13일에도 "방과후학교를 민간업체에 맡기는 것은 허용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혀 방과후학교 민간업체 위탁 가능성을 시사한 곽 위원장과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육정책은 워낙 민감하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정해진 프로세스가 있는데 이런 식으로 먼저 치고 나오면 곤란하지 않느냐"며 곽 위원장에 대한 교과부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교과부는 학원 교습시간 제한, 특목고 입시안 개선 등 사교육 경감 대책을 다음달 6일께 당정협의를 통해 최종 확정한 뒤 정식으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