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미래를 대비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계획을 하고, 계획한 것을 꾸준히 실천해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새로 발족하는 교육백년국가비전실현모임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며 기대 되는 바 크다.
한 개인이나 사회나 국가나 할 것 없이 성공과 실패가 있고, 발전과 퇴보가 있으며, 태평성대와 위기상황이 있을 수 있다.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우리나라는 공교육 위기라는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유학이민, 두뇌유출과 같은 국가적 위기는 모두 공교육 부실이 가져온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급속한 경제성장의 배경에는 우리의 교육이 뒷받침이 됐다는 점을 국내는 물론 세계가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장 심각한 교육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위기는 도적같이 오지만 아무 이유 없이 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공교육 위기도 그 원인이 분명히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이 위기의 원인을 제대로 찾아 적절히 대처하느냐 그렇지 못하냐에 따라서 이 상황이 정말로 위기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우리 교육이 새로 도약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위기를 기회로’라는 말과 같이,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업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 공교육 위기는 어디서 온 것일까? 모든 위기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매우 기초적인 것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 공교육 위기도 결국 그 가장 본질적인 원인은 가장 기초적인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가 급변하니 우리의 학교 교육 내용도 이에 맞추어서 달라져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학교라는 제도는 정부의 조직 중에서도 가장 방대한 조직이다. 교원 수만 해도 40만 명이나 되고, 학생 수는 무려 8백만 명에 육박한다. 이러한 방대한 조직이 정말 그렇게 빨리 변할 수 있을까. 학교에 급변할 것을 요구하는 교육제도, 교육내용, 교육방법은 반드시 실패한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간의 문명은 엄청난 발전을 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과거의 역사적 사건들을 보면 그와 동일한 일이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가 변해도 정치 본질이나 인간 사고의 본질이 변한 것은 별로 없다는 의미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교육은 미래를 대비하는 활동이지만 교육 내용의 핵심은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교육의 형식은 변해도 되지만 교육의 본질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학교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 교과의 기초를 철저히 가르치는 일이다. 기초는 모든 것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이 기초를 튼튼히 하지 않고 다른 높은 수준의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수월성 교육, 영재교육을 강조하는데 그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것은 기초교육을 철저히 하는 일이다. 공교육 위기는 수월성 교육이나 영재교육의 부실에서 온 것이 아니라 기초의 부실에서 왔다.
기초교육은 누구나 누구에게나 다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기초교육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학교에 규율이 있어야 한다. 기초를 배우는 것은 그렇게 재미있는 일이 아니다. 재미가 없는 내용을 참고 배우도록 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규율이 있어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 학교에는 이 규율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무너졌다. 규율이 무너지니 기초교육이 되지 않고, 기초교육이 되지 않으니 공교육 위기가 온 것이다.
이렇게 보면, 공교육 위기를 극복하는 일은 기초교육을 철저히 하는 일이며, 이를 위해서는 학교 기강이 서야한다. 이 같은 견해를 시대착오적인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교육의 본질이 시대가 달라진다고 변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 발족하는 교육백년국가비전실현모임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교육의 근본 문제가 무엇인가를 냉철히 생각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모임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