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조합원들의 시국선언과 관련해 정부와 전교조, 학부모단체가 물고 물리는 고발전을 전개하는 등 교단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전교조는 19일 서울역에서 집회를 열고 ‘민주주의 수호 교사선언’이라는 이름의 2차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교사는 교과서에 담겨있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로만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하며 가르치는 존재”라며 “이런 교사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민주와 인권을 가르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시국선언 교사 징계 철회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보장 ▲특권층 위주 정책 지양 및 사회복지․교육복지 확대 ▲경쟁만능 학교정책 중단․학교운영 민주화가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전교조의 2차 시국선언은 국가공무원법과 교원노조법을 위반한 것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교원이 또 참여하는 경우 가중 처벌하겠다”며 “불법행위에 엄정대처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교사들 입에 재갈을 물렸는데 서울 한복판에서 시국선언을 할 수 있느냐”고도 했다.
교과부는 특히 “두 차례의 시국선언과 관련해 징계, 주의․경고 등의 처분을 받은 교원 수를 학교별로 공개할 것”이라며 “교원들은 본연의 직무를 수행하고, 교원노조는 노조의 존립 목적인 교원의 근로조건 유지․개선을 위한 합법적 활동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교과부가 1차 선언에 이어 이번에도 고발장을 접수하면 즉각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달 1차 선언을 주도했던 정진후 위원장 등 전교조 소속 교사에 대해 소환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최대한 신속하게 조사를 마무리하고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전교조도 16일 교과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장관이 시․도부교육감 회의를 열어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교조 간부 88명을 고발하고, 시․도교육청에 중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한 것은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는 것이다.
학부모단체가 교육감을 고발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부산지부는 20일 부산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징계에 소홀하다며 설동근 부산시교육감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20일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초․중․고 교사들은 교육대상이 자라나는 학생들이라 교사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정치행위와 집단행위를 금지하는 것이고, 그것을 자꾸 위반하는 데도 별것 아니라고 하면 그 자체가 교육당국 혹은 국가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장관은 시국선언 교사의 학교별 숫자 공개에 대해서도 “어느 학교에 몇 명이 있다는 정도는 밝힘으로써 그런 일을 할 때는 신중히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며 학교실명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