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로 공부했어요’라는 수석들의 공부법에 누구나 반신반의한다. 유명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아놓고 숨긴다는 말들도 나돈다. 정말 이들은 사교육의 도움 없이 공부했을까? 21일 서울 경원중에서 구근회 오름교육연구소장이 전국 성적 상위 1% 안에 드는 ‘공신(공부의 신)’의 비법을 학부모들에게 소개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국내 최대 입시사교육업체의 유명 영어강사였던 그는 사교육을 떠나 비영리법인 연구소를 만들어 올바른 공부법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 그는 서울대 재학생 4800명의 공부법을 분석해 얻은 이들의 공통적인 공부법을 설명했다.
구 소장이 밝힌 비법은 우선 ‘꿈과 목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기’이다. 그는 “자녀에게 무엇이 될 것인지와 그 이유, 어떻게 그 꿈을 이룰지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자필로 써서 매일 거울을 보며 외치게 하라”고 권했다. 실제로 스포츠마케팅의 선구자인 마크 매코맥이 하버드 MBA과정의 학생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 기록한 학생들이 10년 뒤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연봉은 11.4배, 평판도는 97%나 더 높게 나왔다고 한다. 목표를 세우는 데 자녀가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부모는 기다려서 자녀 스스로 답을 찾게 해야 한다.
이때 부모도 살을 빼겠다는 등의 자신의 꿈이나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짜서 자녀와 함께 실행하는 것이 좋다. 그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청소년 85%가 꿈이 없이 돈 많이 벌고 잘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면서 “이것은 주변에 꿈을 가진 어른을 롤 모델로 갖지 못해서인 만큼 부모도 꿈을 갖고 실천하면 자녀가 따라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목표와 계획은 단기적으로, 계량화해서 정해야 한다. ‘열심히 하겠다’가 아니라 ‘1년 동안 몇 권의 책을 보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1년의 목표를 잡고 나서는 이것을 1개월, 1주, 하루의 목표로 세분화시키고 달력에 표시하는 것이다. 1주의 계획을 정할 때, 주말은 공부량을 할당하지 말고 그 주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킬 수 있는 범위에서 계획을 짜야 그것을 지켰을 때의 만족감이 생겨 공부의욕도 높아지게 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그는 “계획을 짤 때는 time관리가 아니라 mission관리가 돼야 한다”며 “방학 때마다 원 안에 시간별로 생활계획표를 짜는 방식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쉬는 시간 3분동안 이전 수업내용을 복습하고, 아침 30분 동안 독서하고, 하루 3시간은 자기주도 학습을 하는 ‘333time’원칙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대 재학생과 서울 소재 대학생의 공부시간 차이는 10%이내일 뿐”이라며 “결국 이들의 차이는 배운 것을 혼자서 익히는 자기주도학습 시간에서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구 소장은 ‘공신’들의 노트필기 비법을 소개했다. 우선 노트를 2:6:2 정도의 비율로 나눠서 가운데에는 수업시간의 필기를, 왼쪽에는 필기내용과 관련된 보충기록, 오른쪽에는 핵심내용, 출제경향, 주요개념 등을 나눠 적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필기법은 수업에 집중하게 만들고 시험 대비 정리에도 효과적이다.
또 공부한 내용을 따로 정리할 때는 앞장에는 주요 내용을 빈칸으로 남기고 뒷장에는 빈칸의 답안을 채운 정리를 할 것을 권했다. 스스로 빈칸을 채우다보면 암기의 효과가 4배 정도 높다고 한다. 공부를 할 때는 큰 목차에서 작은 목차 순으로 정리하고 난 뒤 세부내용을 정리해 ‘숲을 보고 난 뒤 나무를 보는 학습’을 해야 한다.
그는 “비싼 돈을 들여 영어학원에서 불필요한 문법이나 어휘 등을 배우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시험은 교과서와 학교수업 범위 내에서만 출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교과서와 학교수업, 예습, 복습에 충실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구 소장은 “배운 내용을 5회 이상 반복하면서 자기만의 논리를 부여하고 이미지화시켜서 공부할 것”을 제안했다. 요즘 학생들에게는 자기 스스로 공부한 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 습(習)의 시간이 없이 교사나 강사가 가르치는 학(學)의 시간이 과하다보니 자기주도학습이 이뤄지기 어렵다. 학원이나 남이 알려주는 암기법은 자신의 기억에 오래가지 못하고 학습 효과도 떨어진다.
그는 성이 ‘구’씨인 것을 연관시켜 형제의 휴대전화번호는 90번대에, ‘이’씨인 부인의 가족들은 20번대, 숫자 1은 직장번호, 4는 사랑하는 아내번호 등과 같이 자신만의 논리로 300여개의 단축번호를 암기하는 방식을 예로 들며 나만의 논리를 찾아 정리하는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실험에서 단어를 눈으로만 외우는 것보다 손도 사용하면 34%, 입으로도 외면 18%, 눈을 감고 이미지화시키면 15%의 암기력 향상이 있었다"며 기억력 극대화를 위해 ‘오감학습법’을 쓸 것도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