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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교과부 골탕 먹이려고…”

전교조 ‘엔딩 크레딧’ 방식 시국선언
판독 못해 징계 유보… 피해자 양산

“교총 보도자료는 교과부의 서명교사 확인 작업과 이를 통한 교사징계를 지원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며, 교총을 떠받치고 있는 교장들의 서명교사 확인작업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얄팍한 술수에 불과하다.”

전교조는 지난달 29일 ‘원활한 교사징계를 위해 발벗고 나선 교총’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서명교사 소속학교를 공개하라는) 해괴한 짓을 하고 있으니 이게 교사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교원단체인지, 교육당국의 징계를 원활히 하기 위한 대리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총이 같은 날 “전교조는 시국선언 참여교사의 소속 학교를 공개해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데 대한 반박이다. 교총은 성명에서 “전교조 2차 시국선언시 참여교사 명단만 밝혀 교육청별로 진행되는 선별과정에서 동명이인, 불참자 등의 피해자가 양산되는데 대해 심각히 우려한다”고 말했다.

실제 일선 교육계에서는 이름이 같아 피해를 보는 교원이 상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충남, 서울 등의 초등학교에서는 서명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동명이인이라는 이유로 교육청에 해명한 사례가 여럿 발생했고, 모 중학교 교사는 연수중임에도 ‘서명지도 보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전화통을 붙잡고 있어야 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교총은 “전교조 주장대로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교사적 양심’을 갖고 시국선언을 했다면 떳떳이 소속 학교와 이름을 함께 발표하는 것이 정정당당한 모습”이라며 “애꿎은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전교조의 교총 비난 논평에 대한 한국교총 입장’을 통해 “시국선언 교사의 징계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거나, 교육당국과 교장 편에 서 있다는 비난은 옹색하기 짝이 없다”고 일축했다. 교총이 일부 언론의 양비론적 보도로 인한 이미지 실추를 무릅쓰고 전교조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한 것은 일선 교원들의 피해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교총 관계자는 “방학을 맞아 자기연찬의 기회를 갖고 있는 교원들에게 계속되는 확인전화가 큰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며 “소속도 안 밝힌 시국선언이나 어설픈 확인 작업을 종용하는 교과부나 거기서 거기”라고 꼬집었다.

한편 전교조는 이번 2차 시국선언에 영화 등에서 자막이 올라가는 것과 같은 ‘엔딩 크레딧’ 방식을 이용했다. 교과부를 골탕 먹이려는 의도에서다. 전교조 대변인은 “시간 좀 걸리고 머리 좀 아프라고 영상으로 만들고 글씨도 흐리게 조절했다”며 “얼마나 힘들면 교과부에서 명단 주면 안 되냐는 전화가 왔겠느냐”고 밝혔다.

결국 전교조 의도에 말린 교과부는 전문 업체에 판독을 의뢰했지만 실패, 전임 간부 89명을 제외한 일반 서명교원의 징계를 유보했다. 2009년 여름방학에 일어난 우리 교육현장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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