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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진정한 엘리트교육 ‘맞춤형 전인교육 인문고’ 체제로

위기의 일반 공립고, 그 활로는?

“단군이래 가장 복잡하다”는 고교 입시정책에 따라 서열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목고와 공립고 안에서도 자율형 공립고와 같은 유사특목고 도입이 논의되는 등 상대적으로 일반고의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이원희 한국교총 회장을 좌장으로 27일 열린 좌담에서는 성동준 서울 구로고 교장, 이일용 중앙대 교수, 임동원 서울 고척고 교장, 한명복 서울 구현고 교장 등이 참석해 일반 공립고의 상황을 짚어보고 그 활로를 찾아 봤다.

사립 유형별 차별, 자율형 공립고 확대 통한 서열화 개선해야
학교운영 목표 설정, 교사 헌신 등으로 공립고 경쟁력 제고를

개방형 자율학교 명칭 자율형 공립고 변경, 연속성 가져야
자율형 공립고 지정 최소화, 지역 일반고와 상호 협력 필요



이원희=교과부가 도입을 시사한 자율형 공립고의 개념은 아직 혼란스럽습니다. 이일용 교수님은 지난 7월24일 교총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자율형 공립고 도입방안’을 제시하셨습니다. 핵심을 짚어주시지요.




이일용
=정부는 국공사립고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초중등교육법 제61조(학교 및 교육과정 운영의 특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105조(자율학교의 지정 등)에 근거해 개방형 자율학교(과거에는 공영형 혁신학교)를 2007년 3월부터 2011년 2월까지 10개 학교에서 시범운영 하고 있습니다. 교총에서는 이 학교들을 학교 형태 개념의 혼란을 방지하고자 자율형 공립고로 명칭 변경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자율형 공립고는 확대된 자율권으로 교육과정 및 교육방법의 개선을 통해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율형 공립고 도입 방안으로는 단위학교 자율권 확대 및 책무성 강화, 학교 설립과 운영의 분리, 학생모집 단위의 탄력적 운영, 교육과정 운영 자율권 확대 및 재정 지원, 교장 공모제 도입, 교원 순환전보제 단계적 폐지, 학교정보공시제와 연계 강화 등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자율형 공립고 도입과 관련해 쟁점으로는 수월성과 평등성 정책의 갈등, 자율학교 유형의 개념 혼란, 자율형 공립고 지정 규모, 교육과정 운영과 내신성적 평가방법, 교원 인사 관련 순환전보제 폐지로 인한 교원 수급문제 등이 있어 이들에 대한 논의가 더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원희=교수님이 짚어주신 데로 이주호 차관이 서울 구현고를 방문한 이래 전국 10개교에서 시범운영 중인 ‘개방형 자율학교’가 자율형 공립고의 모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개방형자율고 교장이신 한명복 선생님께서는 자율형 공립고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한명복
=우선 개방형 자율학교에 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방형 자율학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육성하는 새로운 개념의 공립학교로 출발했습니다. 여기서 새로운 개념이란 입시 위주의 교육을 벗어나 다양한 방법의 전인교육을 시도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위해 혁신 의지가 강한 학교장을 공모해 학교 운영권을 위탁하고 교육과정과 교수학습방법 등을 혁신적으로 운영하도록 했으며, 우수교사를 초빙하는 등 학교장의 인사권을 확대했습니다. 개방형 자율학교는 저희 서울 구현고 등 현재 전국 10개교가 시범운영 중에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개방형 자율학교의 시범운영 기간이 2011년 2월로 종결된다는 것입니다. 개방형 자율학교의 시범운영기간을 계속 연장할 것인지, 시범학교수를 확대 운영할 것인지, 아니면 시범 운영을 종료할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는 것입니다. 교과부와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 사립고 13개교를 지정하는 등의 시류에 비추어볼 때 자율형 공립고 도입 논의는 시의적절하다고 생각됩니다.

이원희=자율형 공립고는 한 선생님 말씀대로 사립고에 비해 소외된 일반 공립고에 대한 대책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논의가 오히려 고교 입시정책의 서열화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목고와 자율고와 같은 유사특목고 비율이 높아짐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일반고의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요. 일반 공립고 교장으로서 임 선생님이나 성 선생님의 고민이 깊으리라 짐작됩니다.




임동원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중학교의 많은 우수한 학생들이 과학고, 영재고, 국제고, 외국어고 등의 특목고로 진학하고, 남은 학생들 중 중간 이상의 학생들이 전문계고(공고, 상고, 특성화고)에 진학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일반계 고교의 학생 구성은 소수의 우수한 학생과 다수의 부진한 학생들로 구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이 함께 대학진학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일반고의 어려움은 짐작이 가실 줄 압니다. 그런데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 중의 하나인 자립형 사립고와 자율형 사립고, 자율형 공립고의 모델로 떠오르고 있는 ‘개방형 자율학교’ 등이 확대되면 그나마 일반계고에 남아있던 소수의 우수한 학생은 극소수로 되어 일반계고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성동준=엘리트 교육의 시대로 접어든 것은 교육사조의 필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엘리트교육의 접근 방식이 지금과 같이 과학고, 외고, 국제고, 자사고, 개방형 자율학교, 자율형 공립고를 만드는 것인 지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여기서 소외되는 일반 인문고교는 어떻게 할 것인 지에 대한 대책 없이 특목고 및 자율학교와 같은 유사특목고를 도매금으로 자꾸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엘리트 교육을 위해서는 ‘맞춤형 전인교육을 위한 인문고’ 체제로 가야 합니다.

이일용=1974년 시작된 고교 평준화 정책은 고교 입시에서 평준화 지역의 확대로 한국의 교육 평등성 확대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평준화 정책의 획일성 극복을 위해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 자율형 공립고 등의 정책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 정책은 큰 방향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대학입시에서 고교 유형의 연계 강화, 사립의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사립 유형별 차별 대우, 자율형 공립고 확대를 통한 평준화 지역의 학교 서열화 문제 등은 관심을 가지고 개선해야할 사항들입니다. 특히 자율형 공립고 지정 비율의 설정 문제가 중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이원희
=일반고 소외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자율형 공립고 도입은 신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일 먼저 자율형 공립고를 도입한 부산의 사례(학교장 공모, 교사 전원 학교장 초빙, 4년간 연구학교로 지정해 교사에게 가산점 혜택)를 참고하면 교원의 질 쪽에 무게가 실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고 문제를 감안해 자율형 공립고 성공을 위해 필요하다 생각되는 정책이 있으면 제안해 주시지요.

이일용=부산시 교육청의 자율형 공립고 핵심 내용은 교장공모, 교사 100%를 교장이 초빙, 학생모집 시 전기에 광역단위 50% 및 지역 50% 선발, 중학교 내신 100% 선발, 교사에게 가산점 부여, 시교육청 연간 1억 원 지원 등입니다. 초기 모델은 정책 확대 시에 중요한 시금석이 되리라고 봅니다. 공립고이기는 하나 사립학교처럼 운영할 수 있는 자율권을 교사 선발, 교장 공모, 교육과정 운영, 교사에 대한 인센티브 등에서 크게 확대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사립과 달리 등록금 책정에 차등을 두기 어렵고, 정부의 지원에서도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교사들의 헌신 동기 극대화를 위한 장치가 개발돼야 할 것입니다.

한명복=자율형 공립고 성공을 위해서는 교장 공모에 있어 자격증 소지자로 응모 자격을 제한해야 합니다. 학교장은 경영자에 앞서 교육자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사 초빙권에 관해서는 100% 초빙권한 부여에 앞서 초빙교사에 대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합니다. 현재 개방형 자율학교의 경우 교과부 지정 시범학교 가산점 부여가 고작인데 이마저 시범학교 지정이 시·도교육청으로 이관됨으로써 가산점수가 1/2로 줄어들어 큰 매력이 없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가산점수는 교과부 수준으로 회복되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자율형 공립고 근무수당제가 신설돼야 합니다. 근무기간도 서울의 경우 초빙기간을 일반학교 교사의 순환근무제도에 따라 5년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융통성 있게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시범학교 운영 예산지원이 확대돼야 합니다. 현재 개방형 자율학교는 교과부 특별교부금으로 연 1억씩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만, 자율형 사립고에 비춰 볼 때 매우 부족합니다. 자율형 사립학교는 별도 재단전입금과 함께 등록금도 일반학교의 3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이에 버금가는 예산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동준
=굳이 자율형 공립고를 설립한다면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싶습니다. 현 시점에서는 자율형 공립고 지정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성적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무작위 추첨 배정해서 일반 인문고와 공정 경쟁시켜야 할 것입니다. 낙후된 지역이나 농산어촌 학교 중에 지정하면 지정받지 못한 주변학교는 더 낙후되므로 지역 좋고 열심히 하는 학교가 많은 지역에 지정해 열심히 하는 선생님들을 적극 뒷받침해 줘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일반 인문고 재학생 중 직업교육을 원하는 사람을 전원 수용할 수 있는 산업정산고교를 대폭 확충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원희=최근 일본의 공립고들이 도쿄대 진학률이 높아지는 등 살아나고 있다고 합니다. 결정적 계기는 2003년을 전후해 단행된 학구제(學區制) 폐지라고 보는 분석이 지배적인데요. 내년에 서울에서 처음 시행되는 고교 선택제 역시 일반 공립고교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립학교가 잘 가르치기 경쟁에 앞장설 때 공교육이 제대로 산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일반계 공립고가 이런 경쟁체제에서 살아남고, 또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제안 말씀 부탁드립니다.

임동원=고교선택제 발표 후 가장 걱정했던 것 중 하나가 학교 서열화였습니다. 중3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에서 윤곽은 드러났을 것으로 압니다만, 학부모들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역시 대학진학이었습니다.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교교육 내용의 충실일 것입니다. 학생위주의 교육과정 편성과 사교육을 흡수할 수 있는 방과후학교 운영, 학부모가 신뢰할 수 있는 진로 진학지도, 인성교육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등을 위해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가 한데 힘을 모아 교육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한명복=그렇습니다. 자율형 공립고의 경우도 인적․물적 자원을 지역사회의 다른 일반고와 협력해 나누는 것이 서로의 상생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의 문을 열고 공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할 때 입니다.

이일용=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경우도 고교선택제 도입, 학교정보공시제의 확대, 학업성취도 결과의 공개 등이 이루어지면 학교교육의 질 개선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또 교원평가제 등이 공립학교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이러한 주변 관련 정책들의 개발과 도입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하겠지만 먼저 학교의 운영 목표 설정과 교사들의 헌신적 태도 등이 개선된다면 학교별․국가적 경쟁력은 더 높아질 것입니다.

이원희=오늘 좌담은 다양한 고교 선택제에 따른 일반고교의 어려움을 짚어보고 그 활로를 찾아보는 자리였습니다. 교총은 혼란스러운 학교 명칭으로 인해 혼란이 없도록 법적, 운영적 측면에서 학교 운영 모델들을 명료화할 것을 정부에 촉구할 것입니다. 공립고의 경쟁력은 말씀주신 데로 교원의 노력이 결국 그 핵심이 될 것입니다. 교원들이 좀 더 자기개발을 위해 노력해 주시길 당부 드리며, 교총도 합리적 교원평가제 모델 개발을 통해 교원들의 경쟁력 강화에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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