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희는 그 친구한테 어떻게 했는데?”
“처음엔 괴롭히다가 선생님한테 혼나고서는 그 친구가 있어도 없는 것처럼 해요.”
서울 금천구립도서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치유’ 교실.
장난꾸러기 급우들한테 괴롭힘을 당하는 ‘왕따’ 친구의 고통을 모른 척 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책 ‘모르는 척’을 읽고 채현하 강사와 학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집단따돌림과 학교폭력에 대한 우려로 부모는 평소 자녀의 학교생활이 궁금하다. 그러나 자녀가 성장할수록 대화를 시작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이럴 때 책을 매개로 자녀와 대화의 물꼬를 터볼 수 있다.
책을 통해 감정의 정화를 이끌어내는 ‘독서치유’는 대화하기 껄끄러운 소재에 대해 책의 인물을 바라보는 제 3자의 입장에서 개인적 경험, 감정을 표현하는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준다.
이날 독서치유의 시작은 책 자체에 대한 분석에서 시작됐다.
채현하 강사는 먼저 “제목이 왜 모르는 척일까? 책 겉표지 그림에서 주인공이 무엇을 들고 있지?”라고 물었다. 웃고 있는 가면이 반으로 쪼개진 사이에 우는 얼굴이 나타나 있는 표지 그림을 보면서 학생들은 제목과 그림 속의 의미까지 꼼꼼히 따져보게 됐다.
그리고는 책 속의 인물에 대한 의견을 묻고 책에 개인별로 총점을 매기게 했다. 책에서 왕따를 당한 친구가 가장 속상했을 만한 장면을 뽑고, 책 내용을 네 컷의 만화로 그려보는 활동을 진행, 독서능력 향상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이어서 채 강사는 “너나 너희 주변에서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니?”라며 개인적 경험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때 채 강사는 학생의 답변만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왕따를 당해 결국 자살까지 한 중학교 때 급우, 그 친구의 고통을 모른 척 했던 과거의 자신에 대해 말했다. 어른들도 나와 같은 경험과 감정을 겪었다는 데서 학생들은 동질감을 느끼며 어른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해갈 수 있다.
채강사는 또 “요즘은 왕따 당하는 친구도 문제가 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왕따 당사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의견을 물었다.
백다현(초6)양은 “친구들이 어떤 것에 불만을 느끼는지를 직접 알고 고쳐야 하고 무조건 당하지만 말고 치카코처럼 당당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채 강사는 “정신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학생이라면 당연히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이렇게 책 속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고 마음속 응어리를 밖으로 표출하면서 감정적인 순화를 경험하게 돼 일반 학생들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