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8일 만화 캐릭터 등의 저작권자를 사칭해 해당 캐릭터를 사용한 학교를 협박해 돈을 뜯은 혐의(상습 공갈 등)로 정모(52)씨를 구속하고 위모(52.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미국의 유명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의 저작권을 허위로 등록하고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캐릭터를 사용토록 한 뒤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협박해 154개 학교에서 합의금 명목으로 1억5천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을 등록할 때 형식적인 절차만 거친다는 점을 알고 남의 창안물을 자신의 것으로 둔갑시켜 범행을 저질렀다.
조사 결과 이들은 2004년 12월 인터넷에 국내외 회사의 마스코트나 만화 캐릭터 등을 무료로 나눠주는 사이트를 만들었고, 이용자 수가 많아지자 지난해 8월 유료사이트로 전환하고서 학교장, 교사 등 사용자들을 협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 등은 자신들이 허위로 등록한 캐릭터 등을 학교 홈페이지 '소식란' 등에 사용한 학교를 상대로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고소하겠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일부 교사들이 저작권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며 합의를 해주지 않자 이들은 160개 학교를 상대로 고소장을 냈고 실제로 2명의 교사가 기소유예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협박에 앞서 미국 디즈니랜드의 곰돌이 푸 등 동물 캐릭터들과 상표등록까지 된 한국관광공사의 마스코트 등 330여개의 캐릭터를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 등록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등록 신청서와 캐릭터 그림을 내면 저작권 등록증이 나왔고 정씨 등은 등록증을 이용해 교사들을 협박했다. 재발을 막으려면 꼼꼼한 저작권 심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