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6 (화)

  • 구름많음동두천 7.5℃
  • 구름많음강릉 12.8℃
  • 서울 6.8℃
  • 구름많음대전 10.5℃
  • 흐림대구 12.3℃
  • 흐림울산 13.3℃
  • 구름많음광주 11.6℃
  • 흐림부산 12.7℃
  • 구름많음고창 10.0℃
  • 구름많음제주 12.8℃
  • 흐림강화 5.2℃
  • 구름많음보은 9.3℃
  • 구름많음금산 9.6℃
  • 흐림강진군 11.0℃
  • 흐림경주시 12.8℃
  • 구름많음거제 13.2℃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현장

학교별 수능성적 공개 논란 재점화

정부 무원칙 대응이 논란 자초 지적
`연구목적 한정' 서약서도 흐지부지

전국 고교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순위가 12일 일부 언론을 통해 전격 공개되면서 성적 공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이날자 조선일보는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전국 고교의 작년 수능성적 원자료를 자체 분석해 언어ㆍ수리ㆍ외국어 등 3개 영역의 1등급 학생 비율 및 평균 점수의 학교별 순위를 공개했다.

교과부가 수능 성적 원자료를 국회의원의 연구목적에 한해 제한적으로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올해 4월 전국 230여개 시ㆍ군ㆍ구별 수능 성적이 발표된 적은 있었지만 학교별 순위가 나오기는 1994년 수능 도입 이후 처음이다.

교과부는 `학교 줄세우기' 등 서열화를 우려해 국회의원에 한해 학교명 등 서열화 정보를 모두 지운 채 자료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날 전국의 수능 성적 순위가 학교 이름과 함께 고스란히 공개되자 교과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조 의원을 비롯해 `경쟁을 통한 학교 질 향상'을 외쳐온 학자들은 평준화의 `폐해'를 데이터를 통해 입증하기 위해 수능 성적을 낱낱이 공개, 학력이 떨어지는 곳에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대편 학자들은 지역 간 학력차는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알 수 있으며, 성적 공개는 학교 서열화를 심화시키고 지역ㆍ학교 간 위화감, 과열 경쟁을 조장하는 등 부작용이 훨씬 크다고 맞서 왔다.

교육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과 함께 학교별 성적 공개는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성적 공개 여부에 대한 `키'를 쥔 교과부가 그동안 뚜렷한 원칙 없이 이 문제에 대처해 온 탓에 혼란을 키웠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수능 성적 자료에 대해 철저히 비공개 원칙을 지켜왔으나 작년 9월 국회에서 "수능 원자료를 공개하라"는 조 의원의 요구에 안병만 장관이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하면서 비공개 원칙이 돌연 `공개'로 바뀌었다.

이후 교과부가 성적 공개 범위를 내부 검토하면서 학교명까지 공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다시 정리했고, 그 결과 올 4월 학교 및 개인 명을 모두 뺀 채 230여개 시ㆍ군ㆍ구 단위로만 성적 자료를 분석해 공개했다.

7월부터는 `수능 원자료를 연구목적으로만 사용하겠다'는 서약서를 쓰는 조건으로 국회의원들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방문해 `열람'하는 형태로 수능 원자료 공개를 허용하기도 했다.

서약을 어기면 의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 등 제재 수단을 쓰겠다는 단서도 내걸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서약서 작성과 원자료 열람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지난달 22일 열린 국회 교과위 전체회의에서 안 장관에게 재차 수능 원자료 직접 공개를 요구했고, 장관이 마지못해 다시 "그러겠다"고 답해 원자료 자체가 외부에 공개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에 따라 조 의원을 포함한 7명의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CD에 담긴 수능 원자료를 제공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서약서를 쓰는 조건도 슬그머니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십수년 간 고수해 온 원칙이 국회에서 답변 한마디로 하루아침에 바뀌고, 원자료 공개 방식과 범위 등에 대해서도 교과부가 뚜렷한 원칙과 소신을 내세우지 못한 채 의원들의 요구에 마지못해 대응하면서 논란을 자초한 꼴이 된 것이다.

학교별 순위가 보도된 것에 대해서도 교과부는 "우리는 학교명을 지운 채 자료를 제공했으며 학교명은 해당 언론이 확인한 것이다", "우리는 성적 자료를 `공개'한 게 아니라 의원들에게 `제공'했을 뿐이다"라는 식으로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교과부 양성광 인재기획분석관은 "학교 서열화는 우리도 원치 않았으며 단순 학교 순위로 성적 자료가 공개된 것이 당혹스럽다. 하지만 의원들이 자료를 요구하면 사실 거부할 방법은 없다"고 해명했다.

"호기심으로 열어본 판도라 상자는 결국 공교육 붕괴라는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해 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학교별 성적 유출에 대해 교과부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처럼 수능 성적 등을 토대로 전국적으로 서열화한 학교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자기 대학 입학 실적 등을 입시에 반영함으로써 사실상 고교등급제 등을 시행했다는 논란을 일으켜온 대학들이 이 자료를 입학사정관 전형 등에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할 공산이 있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우려다.

따라서 이번 수능 성적 공개 논란은 대학입시에서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3불(不) 원칙' 존폐에 대한 공방도 가열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