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ㆍ중ㆍ고교생을 상대로 일제히 학업성취도평가가 치러진 13일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험을 거부하고 야외로 체험학습을 떠났다.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사당역 1번 출구에는 시험을 보러 학교를 가는 대신 경기도 남양주 생태학습장으로 농촌체험을 떠나기로 한 학생들이 학부모의 손을 잡고 하나 둘 모여들었다.
학생들은 어려운 시험대신 즐거운 농촌체험을 떠난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지만 학부모들은 무단결석 처리를 한다는 학교의 방침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체험학습에 아이를 보낸다는 심모(45.여)씨는 "답답한 실내보다 야외에서 자연과 어울리며 공부하는게 더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정문 앞에서는 행사를 주최한 '일제고사폐지 서울시민모임'의 일제고사 폐지 기자회견과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중ㆍ고등학생을 위한 행사들이 열렸다.
이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일제고사로 대표되는 경쟁교육에 교육현장은 붕괴 직전"이라며 "정부가 반교육적 일제고사를 강행해 학생과 학부모의 정당한 권리인 자기결정권을 부정하고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학생 김모(16)군은 "일제고사는 어떤 형식이든 학생의 순위를 매기게 되는데 순위가 매겨지는 것 자체가 기분이 나쁘다. 무단결석한 게 부담스럽지만 내 신념에 따라 행사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서울 한 중학교에서 과학 교사로 일하는 김모(35)씨는 "중징계 협박도 있고 걸핏하면 집단행동으로 몰아가 학교에 휴가를 내고 나왔다"며 "학생들이 행동하는데 교사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양심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대학로에서는 진중권씨 초청 강연과 뮤지컬 및 영화 감상 등의 행사가 열리며 오후 3시부터는 소극장에서 청소년이 직접 사회를 보며 일제고사 등 교육현실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도 마련될 예정이다.
행사 주최측은 이날 초등학생 100여 명이 일제고사 대신 생태체험학습을 떠났으며 대학로 행사에는 청소년 1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