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담임 선생님을 만났다. 아니 초청을 받았다 해야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선생님이 나를 초청한 사연은 이렇다. 그 선생님은 어떤 촌지도 받지 않는 분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루는 아들교육을 떠맡긴 부모로서 선생님께 보은할 방법을 궁리한 끝에 조그만 배 상자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선물을 보내면 오히려 선생님께서 무안해 하실 것 같아서 열흘간 망설이고 고민했다. 하지만 은사께 보은의 예를 갖추는 게 도리라는 내 마음은 확고했다. 그래서 `감사하다'는 편지를 동봉해 밤늦게 댁으로 부쳤다. 그런데 다음날 즉시 전화가 왔다. 조그마한 선물마저도 극구 사양하는 선생님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결국 선생님은 한가지 제안을 했다. 다음에 꼭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약속하자고. 그리고 며칠이 흘렀다. 전화가 없자 선생님께서 먼저 전화를 건 것이다. 식당에서 나와 마주한 선생님은 "교직생활 30여 년에 학부모를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식사 값 계산은 자기가 꼭 해야 한다"며 미리 못박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아이들 가르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말문을 연 뒤, 지내온 교편생활을 파노라마처럼 회고했다. 말씀을 들으면서 투철한 교육이념과 확고한 교육철학이 스며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촌지문제에 대해 민감한 이유는, 아무래도 선물을 받다 보면 그 학생에게 관심이 쏠리게 되어 중용을 잃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모든 학생들에게 골고루 사랑과 가르침을 베풀기 위해선 어떤 선물도 거부함이 마땅하다고 했다. 그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지당하신 선생님의 촌지 거부에 얼굴을 못 들 정도였다. 하지만 선생님의 은덕을 잊어서는 안될 학부모 입장으로서는 작은 정성이나마 표현하고 싶을 따름이었다. 그날 드린 선물보다 더 많은 돈을 쓰신 선생님을 보면서 나름대로 스승에 대한 보은개념을 정립하게 됐다. 그것은 바로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다 같다는 `군사부일체(軍師父一體)'란 말처럼 스승의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선 교사들의 가르침을 믿고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학교 교육에 관심을 갖고 전화나 편지로 자주 상의하면 교사들도 더욱 신바람 나지 않을까 싶다. <허훈·경남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