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 개혁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본격화된 가운데 외고 등 특수목적고와 서울 강남지역 고교 출신 신임 판사들의 비중이 최근 몇년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사실이 통계 수치로 처음 확인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인신 구속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 첨예한 사회 갈등을 조정ㆍ해결하는 최종 보루 역할을 맡는 사법부의 인적 구성이 지나치게 특정 계층으로 쏠리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 연합뉴스가 1999년 이후 대법원의 판사 임용자 명단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1999년 9.6%(15명)이던 특목고와 강남ㆍ서초ㆍ송파구 등 강남3구 고교 출신 신규 판사의 비율은 2001년 12.4%(23명), 2003년 20.2%(35명), 2005년 25.2%(37명), 2007년 33.3%(51명), 2009년 37.0%(51명)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 법원은 매년 150∼190명가량을 판사로 새로 뽑았다.
통계를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특목고 출신의 약진이 특히 두드러졌다. 1999년 1명, 2000명 0명이던 특목고 출신 판사는 2001년 3명, 2003년 13명으로 서서히 늘어나더니 2006년 25명(13.3%), 2008년 35명(20.8%), 2009년 38명(27.5%)으로 증가했다.
1999∼2009년 선발된 특목고 판사 171명 중 153명은 외고, 18명은 과학고 출신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현직 판사 2천386명 중 특목고 출신은 외고 147명, 과학고 18명 등 165명으로 6.9% 수준인데 지금 같은 추세대로라면 전체에서 특목고 출신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결국은 사법부의 '주류세력'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강남 고교들은 연도별로 다소 변동이 있었지만 비율로는 8.9%∼15.6%, 인원수는 13∼28명선을 유지하며 타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판사를 배출했다.
특목고를 뺀 서울 출신 중 강남 고교를 나온 판사의 비율 또한 1999년 25%에 불과했으나 2003년 37.3%, 2005년 50%, 2009년 52%로 크게 늘었다. 서울 출신 새내기 판사 중 절반 이상이 강남3구에서 집중적으로 배출됐다는 말이다.
이처럼 특목고 및 강남 고교 출신들이 약진한 반면 대전ㆍ부산ㆍ광주 등 6대 광역시와 시ㆍ군 등 소위 '지방 출신' 비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1999∼2002년까지 전체 신규 판사의 40%가량을 차지했던 광역시 출신은 2003년 27.7%(48명)로 급감했다 2004년 34.4%(64명), 2005년 36.1%(53명)로 잠시 회복되는 듯했으나 2006년 30.3%(57명), 2008년 30.4%(51명)로 다시 줄었고 올해는 26.1%(36명)로 떨어졌다.
시군 학교 출신 비율 역시 2001년 34.8%로 정점을 찍은 뒤 2003년 30.1%, 2005년 23.2%, 2007년 20.9%, 2008년 20.8%로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