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초중고교에 대한 통폐합이나 이전 문제는 통학거리, 교육서비스 수준, 입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학생 수 감소라는 시급성에도 그동안 논의 자체가 금기시돼왔다.
교육 당국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농산어촌지역의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추진해오면서도 유독 대도시, 특히 서울에서의 통폐합 작업은 주민 반발을 우려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강남교육청이 처음으로 영희초와 대청초를 합치는 작업을 추진함에 따라 통폐합의 '무풍지대'로 남아있던 서울시내 소규모 학교들에 대한 재편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초등생 사상 최저 = 19일 교육과학기술부의 '2009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올해 초등생 수는 출산율 감소 여파로 1962년 통계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인 347만4천395명을 기록했다.
1971년 580만7천448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초등생은 2000년까지 점차 감소했고 특히 2004년 411만6천195명, 2006년 392만5천43명, 2008년 367만2천207명 등으로 감소폭은 더욱 커졌다.
유치원생과 중학생 수도 각각 2003년과 2004년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학생이 줄면서 교원 1인당 초등학생 수는 올해 19.8명으로 지난해보다 1.5명 감소했으며 학급당 학생 수 역시 지난해보다 1.4명 적은 27.8명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의 경우, 학급당 학생 수가 가장 적은 곳과 가장 많은 곳의 격차가 3배가량 벌어졌다.
예컨대 작년 1학기 기준으로 교동초(종로)의 학급당 학생 수는 15.5명에 불과했으나 역촌초(은평)는 43.4명에 달했다.
또 학생 수가 적은 곳은 용산초(용산) 18.6명, 공진초(강서) 18.8명, 숭신초(종로) 19.3명인 반면 많은 곳은 행현초(성동) 41.1명, 봉현초(관악) 40.8명, 정목초(양천) 40.4명 등이었다.
교육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초등교사뿐 아니라 중등교사 감소폭이 큰 이유도 초등생 감소 여파가 중학교에서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서울시내 학교통폐합 방향은 = 서울시교육청은 대청초와 영희초의 통폐합에 이어 조만간 다른 소규모 학교에 대한 이전, 통폐합도 적극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우선 학교 통폐합과 이전을 사실상 가로막는 학교용지 관련 조례를 개정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학생 수가 적은 사립학교의 경우 부지이전 등을 통해 학생 수를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현재 학교용지 매각 시 공원이나 임대아파트 부지 등으로만 이용하도록 규제하고 있어 사학 측이 이를 받아들일 리 만무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수가 적은 사립학교가 기존 부지를 팔고 수요가 있는 지역에서 새로 학교를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현재 서울시에만 있는 학교용지 이용 관련 조례를 개정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관공서와 기업이 많아 도심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종로구 초 중학교에 대해서는 직장인 어머니 등이 퇴근할 때 자녀와 함께 퇴근할 수 있도록 하는, 보육기능이 강화된 새로운 방과후학교로 활성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서울 등 대도시 소규모 학교에 대한 통폐합 작업은 교과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 8월 농산어촌 소규모 유치원과 초중고 등 총 500곳에 대한 통폐합 작업을 밝힌 바 있는 교과부는 "대도시 학교 통폐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과부는 통폐합에 성공한 학교에는 연간 운영비의 3배 안팎을 지원하고 있다.
시교육청 측은 "도시학교 통폐합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지만 학생 감소 현상을 고려할 때 더는 미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영희와 대청초의 성공 여부가 대도시 학교 통폐합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