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의 현행 학생선발방식과 운영과정 개선이 시급하다는 공감대 속에서 외고 존폐에 대한 찬반격론이 벌어졌다.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여의도연구소 주최로 열린 ‘외고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긴급 간담회’에서 외고와 일반계고, 교원단체, 학부모 단체, 정치권 등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강성화 고양외고 교장은 “외고는 일반계고의 3배가 넘는 82단위를 외국어 수업을 하는 등 글로벌인재 양성에 노력하고 있다”며 “대학의 어문계열의 정원을 고려했을 때 외고 졸업생은 동일계열로만 입학해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외고마다 영어듣기평가폐지,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사교육비 감소에 기여하려는 노력을 한다고 덧붙였다.
박성수 명지고 교장은 “영어 잘하는 학생을 걸러내기 위해 굳이 외고가 필요한지는 재검토해야할 시기로, 이제는 기존의 영어중심보다는 유럽, 아시아 등 비영어권국가의 언어교육강화에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고를 다른 형태의 고교로 전화하는 논의에 대해서 박 교장은 “학교의 희망대로 국제고, 자사고 등 자율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외고체제를 유지하면서 선발방식과 운영의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원희 한국교총회장은 “외고를 특성화고로 전환하거나 폐지하자는 것은 학교자율화정책의 흐름을 퇴보시키는 것”으로 “지난 3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선발고사가 중학교 교육과정의 수준, 범위를 넘지 못하도록 개정한 것을 제대로 시행도 안하고, 외고를 폐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개선책으로 이 회장은 “외고에서 수학, 과학 심화반을 운영하는 교육과정의 문제를 관리, 감독하고 사회배려층에 대해서도 일정부분 선발하는 등 환골탈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은 “공교육 부실이 사교육비 증가의 근본 원인으로, 74년 고교 평준화 이후 외고가 어학인재양성 등의 공도 크다”며 “외고생을 어문계열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계열의 인재로 양성해 가야한다”고 밝혔다.
강윤봉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대표는 “중학생의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외고의 학생선발방식을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지, 외고가 어떤 형태로 있는지는 상관없다”고 밝혔다.
반면 외고가 사교육을 조장하는 학교체제로 폐지돼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도 맞섰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필기고사 금지, 과학․수학 가중치 축소 등 과거에도 수많은 외고문제개선안이 나왔으나 사교육비는 줄지 않았다”며 “고교등급제, 배타적 사회계층 형성, 과도한 선행학습으로 수월성 교육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불러일으킨 외고를 폐지해야 할 마지막 시점”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앞서 여의도연구소가 지난 22일 54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77.8%가 외고가 ‘설립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외고의 잘못된 운영이 사교육 증가의 한 원인’이라는 의견에 ‘공감한다’가 70.6%, ‘외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고를 다른 형태의 고교로 전화하는 것’에 대해 ‘찬성’이 55.5%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