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외고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정책 발언을 놓고 여권내에서 서로 다른 해석이 나와 향배가 주목된다.
특히 올초 학원 심야교습 금지 등 사교육비 절감방안을 놓고 정부내 불협화음이 불거진 데 이어 또다시 이견이 노출되자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진동섭 교육과학문화수석의 외고 관련 보고를 받은 뒤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한 참석자가 28일 전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런 문제가 나오면 정부가 선제적으로, 적극적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왜 이런 일이 생기면 정부가 사안을 따라잡지 못하고 뒷북을 치느냐"고 질책했다고 또다른 참석자는 설명했다.
외고 폐지 등 교육정책에 대한 혼선으로 국민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 발언이나 이를 놓고 정치권과 정부내에서는 각자 다른 분석을 내놓는 모습이다.
외고 폐지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 대통령이 교육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해석한 반면 반대편에서는 논란을 조기에 종식시키라는 의미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것.
한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도 외고 폐지, 사교육 부담경감 등 교육개혁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면서 "해당 발언은 외고 개혁에 대해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또다른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당시 '교육 포퓰리즘'를 경계하라고 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자율성과 다양성을 통해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외고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연말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다고 보고한 데 대해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을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교육정책에 대한 이같은 여권내 미묘한 입장차는 정치권과 정부 당국의 오랜 불신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교육 관료집단의 '무사안일' '기득권' 등을 지적하면서 개혁 수준의 대책을 주문하고 있는 반면 교과부를 중심으로 한 당국에서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비판하면서 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
특히 교육정책과 관련해서는 '조율' 역할을 해야 할 청와대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 4월 '심야교습 금지 논란이 벌어지자 "청와대는 정책을 선제적으로 조율하는 곳"이라면서 "합의되지 않은 정책을 섣불리 내놔서 정부내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쳐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