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에 가입한 후 선진국을 모방하는지 우리 교단도 급속히 변하고 있다. 그러나 좋은 모습보다는 언짢은 모습이 더 많은 듯하다. 이름하여 세계화, 정보화 교육을 한다고 초등생까지 너도나도 어학연수를 떠나고, 체험학습은 무조건 여행을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아이들은 사이버 음란물과 범죄 사이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상이 변해도 교육의 기본 틀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 지식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한다고 지필시험을 없애고 수행평가만이 옳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그 결과 아이들은 과제수행에 더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또 시험의 공포에서 벗어난 것 같지만 학부모들은 학력저하를 우려해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몰고 있고 공교육은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아이들의 실력은 제자리인데 각종 대회에서 받아 오는 상을 보면 금상, 최고상, 대상, 특상 등 무엇이 가장 위인지 알 수도 없고 학교성적표도 서술식으로 장점만 골라 쓰다 보니 성적표를 받아본 부모들은 자녀의 수준을 가늠할 수도 없게 됐다. 종전에는 방과후에 아이들과 교실 환경도 꾸미고 예습과제도 해결했으며 벽 신문도 만들었다. 또 숙제를 안 해온 아이는 남아서 시키고 부진아도 지도하면서 선생님과 만남의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학교를 보라.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가르치고 배우는 일만으로도 빡빡한 풍경이다. 또 사교육비를 줄인다고 실시하는 특기적성교육에는 학원강사나 자원인사 일색이고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공교육에 불신을 품고 학원으로 가기 바쁘다. 교사와 인간적인 대면의 기회를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교사의 자리가 밀려나다 보니 선생님의 존재는 점점 무의미해져서 학부모들도 교사를 우습게 여긴다. 며칠 전 어떤 교사가 너무 억울하다며 교무실에 와서 하소연을 했다. 내용은 이렇다. 학생이 머리에 빨갛게 물을 들이고 와서 지적을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오후에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 `당신이 뭔데 머리에 물 좀 들인 것까지 간섭하느냐'며 `내 아들 내 맘대로 할 테니 당신은 공부나 가르쳐라'고 육두문자를 쓰더란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교육을 하란 말인가.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우리 부모들의 인식 수준이 이 모양이 됐는지 안타깝다. 그래서 요즘 자유학교, 대안학교, 탈학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과연 이것이 선진국형 민주화요, 교육개혁인가? 이 정도의 국민 수준에, 학급당 40명이 넘는 교실에서 그 어떤 개혁을 바랄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교육당국은 담임 선택제를 들먹이고 수요자 중심 교육만 하라니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국가의 공권력도 시위대에 밀리는 현실에서 힘 없는 교권만을 부르짖어 봐야 소용없을 줄 알지만 학부모들이 지켜주지 않고 세워주지 않는 교권 속에서 아무리 소신껏 지도해봐야 성과를 기대하기란 사상누각이 아닐 수 없다. 이것 뿐인가. 얼마 전 학부모 한 분이 신발을 신은 채 교무실에 들어왔다. 그것을 발견하고 신을 벗을 것을 요구했더니, 그 분은 `잘 몰라서 그랬다'고 얼버무리고는 신을 벗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이들도 보고 있는데 어른이 그러시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왜 큰소리를 치느냐'며 눈을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교감이면 다냐'며 쿵쾅거리고 나간 일이 있었다. 정말 허탈한 심정이었다. 이처럼 교육현장은 가르칠 권리마저도 무너지고 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왜 윗분들만 모르고 계신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장해남 전남 목포이로초등교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