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육현장 주변에서 심각한 교실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가의 미래는 교육에 있다는 사실은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으면서도 모두가 남의 일처럼 수수방관하고 있는 형편이다. 예로부터 면면히 내려온 무한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으로 서로를 위하고 격려해주던 모습은 점점 잊혀져가고 있다.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날로 만연해가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성적 위주의 줄 세우기, 기존 학교 통념을 거부하는 학부모의 의식, 수조원에 달하는 사교육 시장 등으로 공교육은 붕괴 직전에 다다랐으며, 비례해서 학교 현장에서의 교권 침해 사례는 더욱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그 일례를 보면 어느 학교에서는 자신의 아이가 학습지를 받지 못했다고 담임교사를 찾아와 수차례 항의하던 학부모가 분을 참지 못하고 해당 교육청과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을 뿐만 아니라 담임교사를 명예훼손으로, 이를 말리던 다른 학부모들까지 형사 고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학교장이 중재를 위해 대화를 시도했으나 학교장을 교묘한 방법으로 자극해 욕을 내뱉게 한 후 이를 녹취해 모욕죄로 고소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모두 무혐의 처분되기는 했으나 담임교사는 학부모의 부당한 민원으로 교직생활에 회의감을 느껴 퇴직하는 안타까운 사태로까지 비화됐다. 또한 이 학부모는 다른 교사가 학생의 귀를 잡아당겨 상처가 났다는 이유로 고소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교원을 대상으로 한 학부모 학생의 폭언과 폭행, 그리고 안전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일선 학교 선생님들은 학부모, 학생, 지역사회와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국교총에 접수되는 교권침해 행위가 해마다 증가하는 것은 교육 주체간의 바람직한 교육 공동체 의식 형성이 절실함을 역설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교권의 정당한 교육적 지도에도 불구하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학부모의 민원제기나 폭행 협박으로 정상적인 교육 활동과 학생 학습권이 침해되고 있어 조전혁 의원 대표 발의로 ‘교원의 교육활동 법안’이 마련돼 있다.
법안의 주요 내용 중에는 교육감은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 침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및 사건 관련 언론 등 대외 단체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활동 보호위원회’와 법률지원 등을 위한 ‘교육활동 보전 변호인단’을 설치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해당 시도교육청에 교권보호 안전망과 관련한 계획서 및 최근 3년간 추진실적 제출과 관련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관련대책을 심의해 관련 학부모를 고발하는 등의 사법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공문을 시달했다. 교권 침해 사건에 대해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할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이 그 책임을 일선 학교 학교운영위원회에 떠넘기려는 이러한 발상은 재고돼야 한다.
왜냐하면 학교운영위회는 단위 학교의 교육 자치를 활성화하고 지역 실정과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창의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구이다. 그런데 학교 헌장, 학칙 개정, 예결산, 교육과정운영 등을 심의하는 학운위에서 교권침해 사건을 심의해 관련 학부모를 고발조치 하도록 하는 것은 학운위 설립 취지에 맞지 않으며 학부모간에 새로운 갈등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법률 비전문가인 학운위가 교권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건파악 및 고발장 작성 및 행정사항을 해당 학교에서 수행해야 하는 등 고발로 인한 피고소인의 무고 고소에 대한 책임과 대응도 일선 학교의 몫으로 전가해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은 국가백년지대계로서 그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지만 정작 교육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교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교원에 대한 존경과 배려, 그리고 사회적 책무를 인식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교원의 사기를 증진시키고 교권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해당 시도교육청별로 각 부문 전문가와 교원단체 등으로 구성되는 ‘교원 보호위원회’가 서둘러 마련돼야 할 것이며, 또한 교권보호위원회를 중심으로 예방교육활동 및 전달 연수를 강화해 갈등요인을 줄여 나가야 한다. 우리 교원들도 국가의 미래를 위한 막중한 사명감으로 교육 현장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