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울산시 중구 태화동 제일중학교 음악실. 중학생 44명이 시험지를 받아들고 답안 작성에 여념이 없다.
이들 가운데는 야구부 유니폼을 입은 앳된 얼굴의 학생 선수가 여럿 보인다.
이들은 울산시교육청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학생 선수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치르는 중이다.
울산의 49개 중학교에 다니는 1.2학년 학생 운동선수 428명을 대상으로 한 이날 시험은 지역 14개 학교에서 오전 11시부터 45분간 진행됐다.
제일중 야구부의 조일상(15)군은 "운동부 활동을 하느라 평소 공부에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는데 시험을 본다고 하니 그래도 신경을 쓰게 됐다"며 "학생 선수용 특별교재를 틈틈이 공부하는 식으로 시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시험은 기초한자어와 고사성어, 한국 속담, 생활영어, 영어 격언, 체육영어 등으로 나뉘어 객관식으로 33문항이 출제됐다.
'고국의 산과 내라는 뜻의 고사성어는?', '다음 중 굴러다니는 돌에는 이끼도 끼지 않는다는 뜻의 영어 격언은?' 등과 같이 중학교 1.2학년생이라면 누구나 쉽게 풀 만한 수준이다.
시교육청은 '운동선수도 일정 수준의 학력을 갖춰야 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시험에 앞서 '중.고 학생 선수 학력 증진을 위한 학생 길라잡이'라는 제목의 특별교재를 제작해 나눠줬다.
이 교재에는 운동부 활동으로 학업에 주력하기 어려운 학생 선수가 꼭 알아야 할 내용만을 추려 알기 쉽게 설명을 붙였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선수도 기본적인 학업에 충실하도록 유도하자는 취지에 따라 시험 결과는 '도달'과 '미도달'로만 나눠 해당 학교에 알리고 점수는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지금으로선 연 1회 시험을 치르되 내년에는 고등학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