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고교체제를 진로계열과 자율수준을 기준으로 단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5일 한국교총에서 ‘고등학교 체제 개편, 대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강무섭 강남대 교수는 “미래진로를 염두에 두고 얼마나 전문화돼 있느냐에 따라 일반계와 전문계(특수목적고, 국제고 등 포함),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어느 정도 자율권이 주어지느냐에 따라 공영형과 독립형 학교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준에 따라 공영형 일반계고교, 독립형 일반계고교, 공영형 전문계고교, 독립형 전문계고교 등 네 가지 학교 유형을 규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현재 우리 고교체제는 지나치게 많은 유형의 학교가 혼재해 있고 여러 유형들 간의 성격을 뚜렷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며 “이는 평준화 정책의 비판에 대한 즉흥적이고 미봉적인 보완차원에서 이름만 다른 다양한 유형의 학교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토론자로 나선 김광룡 서울 둔촌고 교장은 “국제고와 외국어고, 과학고와 영재고 등 목표와 교육과정 면에서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는 학교를 정비하고 전문계고의 숫자를 줄이고 특성화를 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외고의 선발방식체제를 바꾸고, 자율형사립고에 내신 50%이내 학생만 선발하는 특혜를 주는 것은 일반계고와 비교해 불공정한 선발방식이므로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외고 존치여부에 대한 팽팽한 논의가 이어졌다.
김일형 서울 대원중 교장은 “외고의 설립목적은 번역사나 통역관, 언어학자 양성이 아닌 외국어능력을 갖춘 국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며 “외고가 설립목적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거나 사교육의 원흉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전환이 필요하다며 외고가 국제고나 자율형 학교로 선택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도 “외고를 폐지할 경우 획일적인 평준화교육으로 회기할 수 있으니 입학전형 단계에서 수학, 과학 가중치를 폐지하는 대신 어학 가중치를 높이고, 저소득층 지역할당제나 장학금을 도입하는 등의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외고폐지는 옳지만 외고를 자사고로 전환하고 자사고를 확대하면 일반계고는 ‘나머지 아이들’만 가는 학교로 전락해 사실상 고교 입시의 부활이 될 수 있다”며 고교 전기모집 정원을 5% 이내로 유지할 것을 주장했다.
또 “외고에 대해 일반계고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되, 선택의 한 유형으로 교장공모제, 교원 30%인사 자율권,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가진 ‘혁신형 자율학교’를 만들어 교육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성삼제 교과부 학교제도기획과장은 “고교과정을 선행 학습한 학생들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외고 입시문제에 있는 것을 보고 외고가 사교육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말은 현실과 괴리된 것이라 생각한다”며 “다음달 10일 학교유형에 대한 명칭과 고교입시제도 등을 포함한 고교체제개편 로드맵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