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의 아랍어 응시자가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제는 `과열' 현상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10년 수능성적 채점 결과를 보면 제2외국어ㆍ한문영역에서 아랍어를 선택해 응시한 수험생은 5만1천141명으로 다른 외국어 과목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제2외국어ㆍ한문영역 응시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이 42.3%로 지난해 수능(29.4%) 때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거의 절반 수준에 근접했다.
아랍어 다음으로 선택자가 많은 일본어(2만5천630명, 21.2%), 한문(1만6천745명, 13.9%), 중국어(1만2천666명, 10.5%) 등과도 큰 차이가 난다.
10여 년 전만 해도 대부분 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많이 가르쳤던 프랑스어, 독일어 선택자는 매년 줄어 올해 각각 4천172명, 3천503명만 응시했으며 선택 비율로 보면 3.5%, 2.9%에 불과하다.
아랍어 선택 비율이 이처럼 높은 것은 수험생 사이에 `조금만 공부해도 표준점수가 높게 나오는 과목'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랍어는 잘하는 학생들이 거의 없어 전체 평균점수가 낮기 때문에 조금만 잘하면 그만큼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다.
실제 다른 영역이나 과목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 표준점수 100점이 아랍어에서는 매년 나오고 있으며 올 수능에서도 649명이 100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점수로 만점을 받지 못해도 표준점수화했을 때 탐구영역이나 제2외국어ㆍ한문영역의 선택과목은 100점을 넘어가는 경우가 발생할 경우 모두 100점 처리한다.
이 때문에 아랍어는 과목 간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를 무려 수십 점이나 벌려놔 `유ㆍ불리' 논란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올해도 독일어ㆍ프랑스어ㆍ일본어ㆍ한문 등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69점으로 아랍어와는 31점 차이가 났다.
아랍어가 다른 과목과 표준점수 차이가 크게 나는 것도 심각하지만 현재 아랍어를 정식 과목으로 채택해 교육하는 학교가 한 곳도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가르치는 학교는 없지만 현행 고교 교육과정에 아랍어가 포함돼 있어 교육과정을 출제범위로 하는 수능에 포함될 수밖에 없고, 점수가 잘 나온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대거 몰리는 이상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로 하여금 오로지 수능성적을 위해 다른 제2외국어 과목을 외면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제2외국어 학교교육도 파행을 겪게 하는 원인이 되는 셈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평가원도 이런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지만 현재의 출제기법상으로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심을 거듭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