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장 한 구석엔 언제 누가 세웠는지 나무로 만든 평행봉이 있었습니다. 42년전 6학년 초여름 어느 날 체육시간이었습니다. 우리들은 여느 때처럼 공놀이를 하자고 졸랐지만 김세권 선생님께선 평행봉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이번 한 주일 동안은 평행봉 운동을 배워 보도록 하자"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은 무엇인가 굳은 결심이 담겨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 평행봉은 여러분들이 미래를 위한 모험심과 용기를 배우는데 가장 적절한 운동이라고 생각된다" 고 말씀하셨습니다. 처음엔 덜덜 떨면서 무서워했지만 선생님의 시범을 보고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들의 몸을 일일이 잡아주시며 자신감을 갖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우리들은 어떤 큰 모험에 도전하는 것처럼 벌벌 떨면서 평행봉을 오르내리는 선생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시범을 보이고 한 사람씩 나와서 해보라고 하셨지만 덜덜 떨기만 할 뿐 어느 누구도 못 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선 할 수 있는 녀석과 못하는 녀석들을 섞어 조를 편성해 연습하도록 하셨습니다. 이렇게 며칠 연습한 나는 드디어 팔걸어 흔들어오르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선 너무도 흡족한 모습으로 칭찬해 주셨고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신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몇몇 녀석들은 '선생님 한번 더 시범을 보여주세요.' 떠들자 선생님께서는 두세번 더 평행봉 회전을 하다가 한쪽 평행봉이 이탈되어 하늘 높이 올랐다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떨어지시다니! 선생님의 그 새빨간 얼굴로 괴로워하던 모습이 아직도 제 가슴속에 또렷이 새겨져 있습니다. 선생님께선 상당히 오랫동안 못 일어나다가 얼마후 괴로워하시며 일어나셨습니다. 그때 철부지들 몇몇은 키득키득 웃기조차 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 쓰라리고 아픈 통증을 참으면서 우리들 평행봉 팔굽혀 펴며 흔들기를 도와주셨습니다. 다음 날부터 선생님께선 상당히 오랫동안 팔을 묶고 다니며 수업을 해 주셨습니다.... 저도 지금 그 때의 선생님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신념을 심어주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쇠로 만든 평행봉을 볼 때마다 그 삐그덕거리던 나무 평행봉 수업이 떠오르곤 합니다. 이준섭 경기시흥 정왕중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