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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동시 당선소감> 유년시절 나의 우체통은 모교 은행나무


그 날 아버지께서는 깻단을 지고 마당에 들어서셨으며 어머니는 그것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들깨 향기가 배어있는 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글짓기에서 상을 받은 초등학교 3학년 어느 저녁의 풍경입니다.

학교 가는 길은 멀었지만 아이들은 개미굴보다 더 많은 샛길을 만들어내었고, 모롱이 모롱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달아두었습니다. 청보리밭 둑을 지나면서는 풀피리를 불었고, 아무 곳에서나 신발을 벗어 던지기만 하면 바로 뛰어들 수 있는 개울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소나무가 많은 숲길 그늘엔 보물인양 공깃돌을 파묻어 두었으며 홍시가 하늘을 메울 만큼 가득한 동네도 지나다녔습니다. 그리고 그 샛길들이 모여드는 끝에 초등학교가 있었습니다. 학교에 들어서면 운동장 한켠에서 넉넉한 품으로 우리를 맞아주던 아름드리 노란 은행나무는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엄마였고 이야기가 모여드는 우체통이었습니다.

묻어두기엔 아까워 하나 둘씩 끄집어낸 유년의 그림들이 어쭙잖게 시의 모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름다운 유년의 뜰을 마련해 주신 부모님, 나의 글을 읽고 함께 즐거워해 준 가족, 동심의 세계로 길을 내어주고 있는 우리 반 아이들, 늘 힘이 되어주시는 동료 선.후배 선생님들, 부족한 점 많은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주말엔 샛길을 되짚어 가며 모교의 은행나무를 찾아가보려 합니다. 오랫동안 못 다한 얘기들을 실컷 나누겠습니다. 문학상을 받았단 자랑은 끝머리에 수줍은 듯 짧게 할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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