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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영어로 수업' 실종 위기

"자신 없다" 대부분 기존 수업대로
학년별 전담 정해 교환수업하기도
"다른 학교는 하는데" 학부모 불만

올 3월부터 초등 3, 4학년과 중1을 대상으로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라'는 교육부의 지침이 시달됐지만 일선 초중학교의
반응이 냉담하다.
교사들은 "기존 초등 영어수업도 어려워하는 현실인데다 교사가 부족해 전담교사까지 사라지고 있는 판에 무슨 영어로 수업이냐"며 정부의 탁상행정을
비난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젊은 교사가 부족한 도서벽지 학교의 경우, 교육불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런 사정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가 기존 수업방식을 고수하거나 비디오 수업에 의존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인천 S초는 올해 영어 전담교사가 전출 가고 대신 미술 전담이 들어와 담임교사들이 영어수업 부담을 안게 됐다. 당연히 영어로 수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종래 방식대로라도 수업을 충실히 하자고 입을 모았지만 기분이 영 찜찜하다. H교사는 "말로는 단계적 추진이지만 학부모들은 다 하는 것인
줄 안다"며 "벌써 다른 학교는 하는데 왜 못 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리는 학부모가 있어 정말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경기 J초는 대규모 학교지만 현재 3, 4학년 담임의 상당수가 기존 방식의 영어수업조차 어려워 다른 교사와 교환수업을 하고 있는 형편이이서
영어로 수업 자체를 포기한 상태다. 3학년 담임인 K교사는 "요즘은 시디나 테이프 자료가 많아 그것으로도 충분하다"며 "중고교만 가도 입시
때문에 신경도 못 쓸 제도를 왜 초등에서만 난리를 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교사의 `노령화'를 겪고 있는 농어촌 소규모 학교는 말 할 나위도 없다. 충북 N초는 3, 4학년 담임들의 연령이 모두 50대로 영어수업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육지책으로 5학년을 맡고 있는 40대 여교사가 이들 학년의 영어수업을 대신하기로 했지만 그것도 `영어로 수업' 때문이
아니라 기본적인 영어수업을 위해서다. 수업중 반 이상은 영어시디롬을 이용하고 나머지 시간은 그냥 기존 수업방식으로 진행하는 데도 교환수업을
해야할 형편이다.
도시 학교들 중에서도 고학년에 배정될 영어전담교사를 3, 4학년으로 돌리는 바람에 교사들의 수업부담이 늘어나고 영어수업이 `비디오 수업'으로
변질되고 있다.
부산 K초는 학년초 3, 4학년 담임 배정 시 `영어로 수업이 가능한 교사'에게 우선 신청 기회를 줬다. 그러나 신청 교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때문에 당초 5, 6학년 영어수업을 맡기로 한 영어전담교사를 5학년 대신 3, 4학년에 배치해 3개 학년을 맡겨 버렸다. 이 때문에
5, 6학년 교사들은 "기존 영어수업도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게다가 30시간이 넘는 수업 부담까지 떠 안게 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 M초 Y교사는 "시도 평가 운운하며 정부가 강행을 고집하면 영어 비디오나 시디를 계속 틀어대면 될 거 아니냐고 말하는 교사가 많다. 발음이
나쁜 교사도 안 된다고 하니 별수 없지 않느냐"며 "영어로 수업이 가능한 교사가 7.5%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면 제도 시행에 앞서
전담교사 양성 배치가 먼저 이뤄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일선 시·도교육청도 난감한 입장이다. 영어 일반연수 60시간과 제한적으로 실시된 120시간 심화연수로는 영어로 수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당장 4월부터 교육부는 추진실적을 점검하고 현장방문을 실시한 후, 시도교육청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이렇게 될 경우 허위 실적보고가 난무하고 영어로 수업이 비디오 수업으로 파행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결국 준비도 안 된 영어수업은 자칫 학부모들의 공교육 불신을 가중시켜 사교육을 조장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초등 3학년 자녀를 두고
있는 박관영 씨(39·서울 성북구 성북동1가)는 "인근 학교의 경우 영어전담 교사가 있어 회화 위주의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우리 애만 뒤쳐질까봐 원어민 강사가 있는 사설 영어학원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조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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