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의 원자료 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점수와 등급구분점수 정보를 공개하라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11일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이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점수 정보를 공개하라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개인 인적사항을 제외한 나머지 정보를 공개하라"며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교과부가 수험생의 원점수와 등급구분점수 정보를 보유하고 있고 공개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공개청구 정보 중 수험생 이름, 수험번호,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한 나머지 정보는 공개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하지만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는 부분과 공개가 가능한 부분이 섞여 있을 때는 공개청구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분리해서 공개해야 함에도 이를 구분하지 않고 공개하도록 한 원심 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원심 판결 중 일부를 파기했다.
학사모는 2008학년도 수능이 끝난 뒤인 2007년 12월 수능 등급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전체 수험생의 원점수와 등급구분점수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교과부가 개인정보인 데다 해당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학사모가 전체 수험생의 원점수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을 뿐 개인별 인적사항이나 원점수를 공개하라고 한 것이 아니어서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해당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논란이 돼온 학교 서열화 정보를 공개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니지만 수능성적 자료를 공개하라는 외부 요구에 불가 방침을 고수해온 교과부에 입장을 바꾸도록 법적으로 강제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수능 원자료 공개 문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법원에는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대학교수 시절인 2006년 제기한 수능성적 정보공개 청구소송이 계류돼 있다.
이 소송은 학교별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 정보 등 서열화 정보를 공개 대상으로 해 대법원이 역시 공개 판결을 내리면 교육계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학사모 측에 수험생의 원점수와 수능 등급구분점수를 건네줄 예정이지만 학교별, 지역별 정보는 학사모가 요구한 공개 대상이 아니므로 대법원에 계류 중인 조 의원 측과의 수능성적 정보공개 소송 결과에 따라 제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