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말 정든 교단을 떠나시는 많은 선배님들이여! 당신들의 명예롭고 영광스런 퇴장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면서도 저희 후배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선배님들은 교단에서 오로지 제자 사랑과 가르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자기만족과 보람 속에서 묵묵히 2세 교육에 헌신하고 봉사하다가 이제 긴 이별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선배님들. 당신들께서 교육입국(敎育立國)의 숭고한 목표를 갖고 교단에서 가르칠 때 사람다운 사람이 될 것을 강조하셨을 것입니다. ‘세상은 혼자 잘 살 수 없다. 서로 돕고 협력하며 함께 꿈을 이루도록 앞에서 이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태도가 세상사는 이치요, 진정한 삶의 가치이다. 남을 사랑하고 진심으로 도울 때 자신도 은혜를 입게 되며 함께 성장하고 성공하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정직과 성실을 최고의 도덕적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교직생활 전체를 관통해서 일관되게 교육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험한 세태는 선배님들의 간절하고 숭고한 가르침과 다소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존중과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고 반목과 질시, 예의 없고 품위 없는 언행이 난무하며 도덕과 사랑이 실종된 사회 현상을 보면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경험보다 더 훌륭한 지식은 없다는 말처럼 선배님들이 교단에서 30년, 40년 동안 교육하며 체험하고 겪은 축적된 교육의 노하우가 퇴임과 더불어 사장될까 아쉽고 가슴 아픕니다. 선배님들이 생생하게 몸으로 체득한 교직의 경륜과 황금보다 소중한 지혜들을 후배들에게 가르쳐주고 깨우쳐주시고 떠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선배님들께서는 교직에 대한 뜨거운 열정, 확고부동한 신념과 교육철학을 가졌기에 누구와의 논쟁에도 결코 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의 교육을 이야기할 때 떠나는 선배님들의 시각에서 보면 답답함과 더불어 우려의 마음을 떨치지 못한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정범모 선생이 교육을 ‘인간 행동의 계획적인 변화’라고 한 것에는 두 가지 전제가 있을 것입니다. 하나는 개인차를 인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통제가 교육의 기본 요소라는 의미로 생각됩니다. 행동의 변화와 통제는 바늘과 실의 관계에 비유할 수 있으며 어쩌면 개인차와 통제는 교육의 영원한 화두일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 정책이나 교육전문가들의 견해는 자칫 이 두 가지 요소를 간과하거나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선배님들도 공감하겠지만 통제가 전제돼야만 교육이 이뤄질 수 있고, 진정한 교육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차이를 인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에 염려되실 것입니다. 졸업식 뒤풀이의 추태, 각종 교육관련 뉴스의 홍수, 숨 가쁘게 쏟아지는 교육 정책 등 요즘의 교육현장을 생각하면 선배님들의 걱정이 더 클 것입니다.
이제 정든 교단을 떠나는 선배님들께 교육계의 원로로서 이 나라 이 겨레의 올곧은 교육, 우리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육, 세계 속에 우뚝 선 한국의 훌륭한 교육이 되도록 후배들에게 교육 멘토가 되어주실 것을 간청합니다. 그리하여 기초기본에 충실한 교육, 세계시민으로서 손색없는 자질을 갖춘 교육, 본질적 목적을 추구하는 교육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따끔한 충고와 지도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선배님들이여! 당신들께서 처음 교단에 투신하실 때의 초심을 저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교단을 떠나는 선배님들은 거친 파도와 풍랑의 온갖 고난을 극복하고 먼 항해 끝에 다시 항구에 무사히 귀환하는 배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초 교단에 섰을 때 20대의 열혈 청년이었던 선배님들이 교직 생활의 긴 항해를 통해 얻은 흰머리와 이마의 깊은 주름살은 명예의 훈장(勳章)이 되었고,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진정한 스승의 길을 걸어오셨기 때문에 많은 회한과 보람, 아쉬움과 미련이 남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맥아더 장군이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라고 했는데 우리 선배님들에게 ‘스승은 죽지 않고 교단을 떠날 뿐이다’라고 위로해드리고 싶습니다. 선배님들이 흘리는 만감의 눈물 뒤에는 보내는 후배들의 아픈 마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선배님들의 유지를 받들어 교육을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과 동시에 새롭게 다짐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부디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