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속담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떤 장돌림이 강을 건너다 배에서 떨어졌다. 다행이 한 어부가 근처에서 고기를 잡고 있었다. 장돌림은 그에게 소리쳤다. “나는 큰 부자요. 나를 구해주면 금 백 냥을 주겠소.” 어부는 그를 구하여주었다. 그러나 그 장돌림은 어부에게 금 열 냥만을 주었다. 어부가 약속과 다르다며 항의하자 장돌림은 말하였다. “당신은 물고기를 잡아 하루에 얼마를 버시오? 잠깐의 수고로 금 열 냥을 벌고도 만족하지 못한단 말이오?” 어부는 실망한 표정으로 그 자리를 떴다.
세월이 흘러 어느 날 이 장돌림이 탄 배가 이번에는 암초에 걸려 뒤집어졌다. 이때 마침 전에 이 장돌림을 구해주었던 어부가 그곳에 있었다. 어떤 사람이 물었다. “당신은 왜 저 사람을 구해주지 않는 것이오?” 어부가 대답했다. “저 사람은 금 백 냥을 주기로 약속하고서는 주지 않은 사람이오.” 어부는 서서 상인이 물에 빠져 죽는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전국시대 정(鄭)나라의 어떤 사람이 신을 사기위해 먼저 끈으로 자기 발의 크기를 재고 나서 시장에 갔다. 그가 마음에 드는 모양의 신을 골랐는데 그제서야 그 끈을 집에 두고 온 것을 알았다. 그가 집에 돌아가서 그 끈을 가지고 다시 오니 시장은 파한 뒤였다. 어떤 사람이 물었다. “왜 당신 발로 직접 신어보지 않았소?” 그 사람이 대답했다. “나는 끈은 믿을지언정 내 발은 못 믿겠소.”
앞 이야기에서 나온 ‘고인도하’(賈人渡河)라는 성어는 말에 신용이 없으면 남들의 외면을 당하여 결국 망하게 된다는 뜻이며, 뒤의 이야기에서 나온 ‘정인매리’(鄭人買履)는 규정만을 고집하고 실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해낼 수 없다는 뜻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종시 문제를 놓고 ‘고인’(賈人)과 ‘정인’(鄭人)이 서로 다투고 있는 형세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