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고등학생들의 아리랑 합창이 강원 정선군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 13년째 울려 퍼지던 29일 일본 사이타마현 호소다 고등학교 호소다 사나에(88) 명예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날 호소다 고등학교 국제체험학습단 이토 키요미 단장은 "호소다 명예교장이 병원 치료를 받고 있어 대신 인사말을 전한다"라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기 위한 6박 7일간의 일정 가운데 아리랑을 배우는 이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말했다.
1998년 여름 500명의 학생들을 이끌고 '아리랑의 고장' 정선을 방문했던 호소다 명예교장은 지난 해까지 12년간 단 한해도 빠짐없이 정선문화예술회관을 찾아 '아리랑'을 불렀다.
지난 해에는 지팡이에 의지해도 혼자서는 걷기가 힘겨워 학교 관계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정선을 찾았지만, 올해는 병이 깊어 결국 오지 못했다.
그의 한국과, 특히 아리랑에 대한 사랑은 각별했다.
1978년 한국으로의 수학여행을 시행한 그는 한일교육교류협회장으로 재임하던 1997년 겨울 텔레비전 특집방송을 통해 한국의 소리 아리랑을 처음 접하게 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민요가 아리랑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그는 강원 깊은 산골에 자리잡은 정선아리랑연구소로 한걸음에 달려와 학생들의 수학여행 프로그램을 부탁했다.
이때부터 지난 해까지 정선을 다녀간 호소다 고등학교 학생만 25회에 3400명이 넘었고 올해도 29일 94명에 이어 4월 19일에는 100명이 방문할 예정이다.
호소다 명예교장은 "다른 학교들은 유럽 등 선진국으로 가는데 왜 한국만 고집하는가?"라는 학부모 등 주변의 반대를 "가장 가까운 나라를 이해하지 못하면 세계를 이야기할 수 없다"라는 논리로 설득했다.
그리고 한국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서민을 이해하는 것이며 아리랑은 한국의 가장 서민적인 문화라는 것이 그의 인식이었다.
정선아리랑연구소 진용선 소장도 이날 강연을 통해 "한국인의 삶 속에 깊이 뿌리 내린 민요 아리랑을 배우는 것은 한국을 이해하는 중요한 방법"이라며 "미국의 저명한 음악학자 앨런 로맥스는 '가슴을 열고 듣는 민요를 통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호소다 고등학교는 정규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아리랑을 가르치고 있다.
정선을 방문한 호소다 고등학교 학생들은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아리랑을 배우고 정선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합창을 한 후 정선아리랑의 발상지 아우라지를 견학했다.
진 소장은 "자택에 정선아리랑제 홍보깃발을 걸어 둘 정도로 아리랑을 사랑하시는 호소다 명예교장 선생님이 하루속히 건강을 회복해 내달 2진 방문단에는 꼭 함께 하시기를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1999년 명예정선군민이 된 호소다 명예교장은 2002년 한국 방문의 해에는 명예홍보대사로 위촉됐으며 2007년 제34회 관광의 날 기념식에서는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