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구스럽고 참담한 일이 드러났다. ‘드러났다’는 것은 없던 일이 갑자기 터진 것이 아니고, 상존하던 일이 알려졌다는 의미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9일 브리핑을 통해 ‘수학여행 등 단체 행사 비리’와 관련, 전·현직 초등학교장 157명을 적발해 5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불구속 입건된 S초 K교장은 2006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교장실에서 수학여행·수련회·현장학습 등 각종 단체행사를 실시하면서 H관광 대표 L씨(불구속 입건)로부터 사례비 명목으로 9차례에 걸쳐 2020만원, 경주 J유스호스텔 대표 J씨에게 800만원을 받는 등 모두 2820만원을 수수한 혐의다.
일만 있고, 때만 되면 ‘뒷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서울지역 초등교장들이 단체행사비의 30% 정도를 리베이트로 받는 다는 첩보를 입수, 수사에 착수했다”며 “이번에 불구속 입건한 53명 외에 나머지 104명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우리 교육계는 올 초 서울시교육청 장학사의 치정(癡情)에서 비롯된 ‘하이힐 폭행사건’으로 터진 인사비리에 또 한 번의 수모를 당하게 됐다. 이번 건(件)이 끝도 아니다. 창호공사, 방과후학교 업체 선정 관련 비리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손만 대면 어디서는 터지게 돼 있다. 언론에서 흔히 쓰는 ‘일부의 문제’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은 상황이다.
시교육청은 경찰의 발표 직후 “수사 결과를 통보받는 대로 관련자는 법규에 따라 엄중 문책하고, 앞으로 교육계에 남아 있는 부정과 비리를 일소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시교육청이 비리의 온상이 된 터라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이에 대해 함성억 한국초등교장협의회장(경기 이천남초)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전국의 교장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그저 죄송할 따름이다. 교육관련 단체와 공동으로 강도 높은 자정노력을 펼쳐 공교육이 신뢰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도 “교육계가 뼈를 깎는 자정노력을 통해 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하다”며 “교원들 모두 새롭게 태어난다는 각오를 다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