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신임 회장은 13일 "대학이 우수한 학생을 뽑는 경쟁에서 '가르치는 경쟁'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교협이 자율성을 달라고 하면서 교육부가 하던 것처럼 간섭, 규제 쪽으로는 가지 않으려 한다. 대학이 특성에 따라 (입시 전형을) 할 수 있도록 자립권을 주는 쪽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모두 발언에서 '등록금이 비싸다'고 했는데, 올 초에는 '싸다'고 했었다.
▲개인적 견해였던 것으로 정리하자. 대학교육도 이제 의무교육으로 가야 한다. 현재 국공립대는 학생 1인당 500만원 정도씩 지원을 받고 있지만, 사립은 지원이 거의 없다. 정부 지원 없이는 (대학 재정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3불 폐지' 관련 견해는.
▲국무총리도 '3화 정책' 이야기했고, 정부도 2012년까지 국민 합의점을 찾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대교협도 기본적 정책 방향이 같이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합의를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대학 재정 자립도를 높이는 방안은.
▲전담팀(TF)을 구성해 충분히 검토하고 방향을 밝히겠다.
-고려대생이 '자퇴 선언'을 할 정도로 대학교육의 질적 문제가 제기된다.
▲학생이 쓴 글을 봤다. 나름대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시간강사 처우 개선 방안은.
▲많은 교수를 뽑지 못해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좀 더 많은 교수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간강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강사를 연구교수나 강의교수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다.
-우수 대학이 특목고 학생을 집중선발한다는 지적이 있다.
▲대학들이 '가르치는 경쟁'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총장 취임 후 교양교육원을 만들었다. 거기서 주안점을 둔 것이 소양, 외국어, 봉사, 실무·이론교육이다. (이런 교육 방향은) 대교협에 왔기 때문에 대학 전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배용 전 회장은 대학이 입학사정관제 공통 기준을 어기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실효성이 있나.
▲대교협이 자율성을 달라고 하면서 교육부가 하던 것처럼 간섭, 규제 쪽으로는 가지 않으려 한다. 대학이 특성에 따라 할 수 있도록 자립권을 주는 쪽으로 노력하겠다. 우수한 외국어 학교라면 필요한 자격을 갖춘 학생에게 가산점을 줄 수도 있다고 본다. 입학사정관제 때문에 가능한 한 대학에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하겠다.
1990년대 '아인슈타인을 데려다 놔도 (국내 교육체제에서는) 자장면 배달부밖에 못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대학뿐 아니라 중·고교에도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경시대회 우수자에 가산점을 주고, 공통기준을 어기는 대학을 제재할 수 없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공교육을 통해 공부한 학생을 뽑아 중고교 교육이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입시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경시대회 이런 것을 애당초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일선 교장 말로는 중·고교 수학과정을 다 떼고 대학 과정을 가르쳐도 문제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서울대도 얼마 전에 열 몇 살 먹은 학생을 뽑지 않았나.
대교협도 규제·통제가 아니라 자율적으로 입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런 쪽으로 이해해달라.
-대학이 너무 많아 경쟁력이 없다는 말도 있는데.
▲동계올림픽에서 5위를 하고, 세계 골프대회에서 톱 10에 진입하는 것은 교육의 힘이다. 없었으면 하는 대학도 있지만, 대학이 인재를 양성했기 때문에 G20(주요 20개국)에 들어갈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우리 대학이 10개는 세계 랭킹 100위, 다른 10개는 100~200위에 들어 200위권에 20개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
-기여입학제에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
▲대통령과 총리가 위원회를 만들어 교육에 신경쓸 정도로 교육이 중요해졌다. 정부가 어떻게 가닥을 잡을지 모르지만 우리도 국가정책에 따라가야 한다고 본다.
-과거에는 찬성한다고 말했는데.
▲그렇다. 대학발전을 위해 100억원 이상 내 건물을 지어주면 그들의 2~3세를 수학능력에 대한 검증을 거쳐 정원외로 1% 정도 입학을 허용하는 그런 제도는 고등교육을 활성화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