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서열화인가, 국민의 알권리인가.
교육계에서 숱한 논쟁을 일으키며 법정 소송까지 갔던 수능 성적 및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의 공개 여부가 1년여 만에 모든 자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지난해 4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05~2009학년도 수능 성적을 16개 시도별로 분석해 내놓은 것은 비록 분석틀이 1~4, 5~6, 7~9등급으로만 나뉜 두루뭉술한 것이었음에도 하나의 '사건'으로 여겨졌었다.
1993년(1994학년도) 수능제도가 도입된 이래 일반계고 재학생 전원의 성적을 분석한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그동안 수능 원자료가 노출되면 학교 간 학력 격차가 그대로 드러나고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제한하는 평준화 체제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판단해 성적 공개를 꺼려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공개를 통한 경쟁 유도'로 정책 방향이 바뀐 데다 대법원이 연구 목적이라면 수능성적 결과를 외부에 공개해야 한다고 최종 판단을 내림으로써 논란 자체에 종지부가 찍힌 상황이다.
평준화 정책 기조에 충실했던 참여정부와 달리 현 정부는 '교육의 수월성' '자율과 경쟁'이라는 기조 아래 교육 관련 정보도 '쉬쉬'할 게 아니라 가능한 한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데이터에 기반을 둔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평가원은 학교별 성적까지 공개하는 것은 학교 서열화, 사교육 조장 등의 우려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유지하고 있지만, 조전혁 의원 등이 작년 10월 이를 공개했을 때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교과부는 나아가 매년 4월 기초 분석 결과 발표, 9월 심층 연구 결과 발표 등을 정례화하고,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포함해 모든 연구진에게 학교명이 포함된 수능 원자료 16년치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조 의원을 포함해 국회의원이 2010학년도 수능 원자료를 넘겨달라고 요구한 상태이고 이번엔 학교명을 포함한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어서 학교 순위가 공개되는 것도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교과부 방침에 따라 7월 치러지는 초중고교 학업성취도 평가도 연말께 결과가 나오면 학교별로 기초학력 미달 비율 등이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일각에서는 "일선 학교에서 성적 올리기 경쟁이 과열돼 인성·창의성 교육이 무색해지고, 학교등급제의 입시 적용 등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는데 교과부가 고교에 이어 초·중학교까지 줄을 세우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